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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생태계 뒤죽박죽 … 동식물도 헷갈린다

지난달 27일 강원도 강릉 경포대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커다란 새가 나타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대 시속 400㎞로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무려 4000㎞를 쉬지 않고 날아간다는 군함조였다. 태평양·인도양 등 열대 바다에 사는 이 새가 느닷없이 강릉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JFK국제공항에서는 거북(diamondback terrapin) 150마리가 활주로를 기습 점령했다. 갑작스러운 거북 떼 출현에 공항당국은 활주로를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고, 항공기 10여 편의 이륙이 30여 분씩 지연됐다. 지난달 20일 뉴질랜드 북섬 페카페카 해변에는 황제펭귄 한 마리가 돌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남극대륙에서 3400㎞ 떨어진 이곳에 황제펭귄이 나타난 것은 44년 만이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이 이처럼 엉뚱한 곳에 나타나는 사례들이 자주 보고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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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 나타난 군함조에 대해 조류 전문가들은 미조(迷鳥·길 잃은 새)라고 판단한다.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척추동물연구과장은 “2004년에도 제주도 등에서 군함조가 관찰된 적이 있다”며 “이 새가 나타난 것은 제5호 태풍 ‘메아리’에 휩쓸려 한반도까지 밀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제펭귄은 남극에서 먹이를 찾다가 길을 잃고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철새의 경우 지구 자기장이나 별자리 등을 이용해 장거리 이동을 한다. 하지만 황제펭귄은 남극에만 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처럼 먼 거리를 이동할 일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JFK 공항에 거북이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거의 매년 항공기 이착륙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호프스트라 대학의 생물학자 러셀 부르크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거북이가 알을 낳는 바닷가 습지가 JFK 공항 근처에 있고, 1940년대 공항이 건설되기 전에도 이들 거북은 알을 낳기 위해 지금과 꼭 같은 경로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영향”=특정 지역에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생물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영향이 크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의 경우, 지난해 제주도에서 아열대성 조류인 뻐꾸기사촌과 검은슴새가 발견된 것이 그런 사례다.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 채희영 박사는 “2000~2009년 10년 동안 국내에서 새로 보고된 미기록 조류가 69종이나 된다”며 “이 중 70%는 길 잃은 새들이지만 검은이마직박구리·붉은부리찌르레기·파랑딱새 등 30%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남부나 동남아에 살던 것이 서식지·번식지를 한반도까지 넓혔다는 것이다.

 바닷속 물고기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는 “한반도 주변 연안해역의 연평균 수온이 최근 41년 동안 1.31도나 상승했고, 이로 인해 동남아 해안에 사는 보라문어·민전갱이·깃털제비참치 등 아열대 희귀어종들이 동해에서도 종종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참다랑어 같은 경우는 90년대 후반부터 어획량이 크게 늘어 경제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육상 생태계도 크게 바뀌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만 관찰되던 후박나무·호랑가시나무 등 난대성 상록활엽수들이 서해안 안면도나 동해안 포항까지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1941년과 2009년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상록활엽수들의 북방한계선이 북쪽으로 14~74㎞ 이동했다는 게 국립생물자원관의 설명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윤종학 박사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토지 이용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앞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한반도 내에서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잠재 서식 가능 면적이 지금의 2만8230㎢에서 최대 8만928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남반구에서는 왕게 떼가 온난화 영향으로 남극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연약한 남극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과학 웹사이트 ‘사이언스 데일리’가 올 4월 보도했다. 왕게가 부드러운 껍질을 가진 남극의 조개·달팽이·거미불가사리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울 경우 남극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연안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어종이 300㎞ 북상했고, 올 1월 일본 국립환경연구소는 태평양쪽 연안에서 산호가 매년 14㎞씩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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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