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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잡스가 위대하다고요 ? 명성이 만든 착시현상 아닐까요




스티브 잡스(사진)는 위대한 경영자일까. 『상식의 배반』을 쓴 던컨 J 와츠를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베스트셀러나 히트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타이밍과 환경의 조합이 만든 우연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 일의 상당 부분을 해낸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도 상식적 사고의 단점이라고 지적한다. [중앙포토]






덮어놓고 믿는 것이 옳을까…물리학 전공한 사회학자의 질문

상식의 배반
던컨 J 와츠 지음
정지인 옮김, 생각연구소
399쪽, 1만5000원


IMF총재 뭐가 부족해 성폭행을 … 이해 안가는 42가지 문제의 해법





 내가 왜 그랬을까
윌리엄 헬름라이히 지음
남인복 옮김, 말글빛냄
296쪽, 1만3000원



상식은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반면 몰상식은 사회를 좀 먹고, 탈(脫)상식은 진보의 씨앗이 된다. 이 두 책은 사회학자가 그 상식을 파고 든 결실이다.

 『상식의 배반』은 호주 해군사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세계적 사회학자의 저술이다. 이색 경력의 소유자답게 그는 상식의 힘에 딴죽을 건다. 통념이나 상식을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결별하라고 꼬드긴다. 이유가 있다. 상식은 다양한 상황에서 복잡성을 덜어주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덜어주긴 하지만 너무나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기 때문이란다.

 다 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세계적 명화다. 이건 상식이다. 그 보험가격은 7억 달러로 세계 모든 그림의 보험가격을 웃돈다. 한데 지은이는 묻는다.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를 세계적 명화로 인정할까라고. 1519년 완성된 이후 ‘모나리자’는 수 세기 동안 프랑스 왕궁에서 묻혀 있었다. 피에르 폴 프루동 등 미술사 강의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티치아노나 라파엘로 같은 거장의 작품 중엔 값이 ‘모나리자’의 열 배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모나리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그것도 미술비평가나 큐레이터 같은 전문가들의 혜안 덕분이 아니었다. 다 빈치의 조국으로 가져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 어느 이탈리아인이 이를 훔쳤다가 2년 후 발각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은이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모나리자’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이유는 회화기법 등 자체의 속성 때문이 아니라 ‘모나리자’답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테면 ‘X가 성공한 것은 X에게 X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순환논리에 빠진 때문이란 설명이다.

 지은이는 또 애플 신화를 일군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며 ‘위대한 경영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행동이 아니라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업계 및 경제 전반의 성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라는 근거에서다. 실제 소니사가 애플의 아이팟 출시전략과 동일한 전략을 사용한 바 있지만 시장상황 때문에 실패한 사례를 든다.

 그는 이런 착시현상은 오히려 잘 생겼다는 이유로 똑똑하다고 보는 등 한 가지 특징을 다른 분야까지 확대하는 ‘후광 효과’, 성공이 명성과 인정으로 이어지고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이 몰려 다시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마태 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상식의 배반』이 탈상식을 부추긴다면(그 방법을 제시한 2부 ‘비상식’은 일반독자보다는 사회학도에게 권할 내용이긴 하다) 『나는 왜…』는 몰상식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모색한 책이다.

 차기 프랑스 대통령의 유력한 후보였던 스트로스 칸 IMF총재는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 들었다가 인생을 망쳤다.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수천만 달러의 재산이 있으면서도 불법 주식거래로 4만 여 달러를 챙겨 5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장 전입·병역 기피·부동산 투기를 하고서도 버젓이 인사청문회에 나온 고위 공직자 후보들을 보았다. 게다가 부동산 투기의 이유로 “땅을 사랑해서…”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으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까지 했다. 이들은 자신에게는 면죄부가 있는 것으로, 혹은 거짓이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을까.

 일상생활과 위험성 행동을 연구해온 미국 뉴욕시립대 사회학 교수인 지은이는 오만, 탐욕, 손쉬운 해결책 찾기 등으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뻔한 잘못의 원인을 들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부정행위는 어릴 때 시작된다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지하철을 탈 때 요금을 덜 내기 위해 부모가 여섯 살짜리 아이더러 매표소 직원에게 다섯 살이라 말하도록 시키는 것이 그런 예다. 이것이 모두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눈덩이 효과’ 등에 의해 무책임, 제어능력 부족, 불륜, 논문 표절 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기회범죄’란 이론도 흥미롭다. 특별히 많은 보수를 받지 않는 정치인들(사실 여기엔 할 말이 있긴 하다)은 법률과 정책을 통해 막대한 예산을 다루지만 합법적으로는 그 돈에 손 댈 수 없다. 이들은 이것저것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뇌물을 받으면서 자기들이 하는 일에 따르는 당연한 몫으로 여겨 합리화한다. 기회가 있으므로 범죄가 저질러진다는 건데 지은이는 정치인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보수를 과감하게 올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한다. 탐욕을 치료하는 가장 간단한 치료제는 필요로 하는 것을 갖게 하면 된다면서.

 지은이는 무려 42가지나 몰상식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숭배하는 우상이나 역할모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가혹한 대접을 권한다. 나쁜 모델에 관용을 베풀거나 대중의 망각을 이용한 그들의 ‘사회적 부활’을 허용하면 못난 인간들이 그들을 따라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얼마 후 버젓이 활동을 재개하는 우리 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 아닐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두 책은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틀, 납득 못할 일탈이 우리 사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제시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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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