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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대표팀 지도하는 90년대 북한 리듬체조 여왕




한국 리듬체조 단체대표팀을 지도하는 북한의 리듬체조 스타 출신 이경희 코치.

국가대표 리듬체조 단체팀을 지도하는 이경희(40) 코치는 사연이 남다르다. 그는 과거 북한 최고의 리듬체조 스타였다.

 이 코치는 리듬체조에서 보기 드문 동아시아의 스타였다. 그는 1991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리듬체조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동아시아 선수가 리듬체조 3관왕에 올라 큰 화제가 됐다. 이 코치는 89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입상했고, 91년 유니버시아드 3관왕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공훈체육인 호칭을 받았다.

 이 코치는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교수였고, 94년 선수생활을 접은 후에는 북한 고위층 집안의 아들과 결혼했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하면서 바깥 세계에 눈을 떴다. 북한에서 배운 것과 너무 달라 괴로웠다”고 했다.




1991년 열린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에서 북한 리듬체조 대표로 곤봉 연기를 펼치는 이경희. [최정동 기자]

 이 코치는 2005년 남편이 해외사업을 벌이면서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2007년 6월 아들을 데리고 남한행을 감행했다.

 이 코치는 한국에 정착한 지 5개월 만인 2007년 11월부터 대한체조협회 일을 맡게 됐다. 김지영 체조협회 리듬강화위원장이 ‘북한의 리듬체조 스타’가 한국 체조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도운 덕이다. 이 코치는 체조협회 순회코치 자격으로 리듬체조 대표팀을 두루 지도하다가 올해 1월부터 단체팀 전담 코치가 됐다.

 한국 리듬체조는 아직 저변이 탄탄하지 않다. 대표팀은 개인과 단체로 분리해 운영한다. 개인 대표는 주로 손연재(17·세종고), 신수지(20·세종대) 등 국내 상위권 선수가 선발되고, 그 외 선수가 단체팀으로 뽑혀 5인조 경기를 준비한다. 단체팀은 아직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 코치는 “처음 한국 선수들을 지도할 때는 용어가 생소했다. 북한에서는 리본을 댕기, 점프를 돌리기 혹은 회전으로 불렀다”며 웃었다. 지난달에는 ‘리듬체조의 대모’로 불리는 폴란드 출신의 마리아 시즈코프스카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기술위원장이 대표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방한했는데, 대표팀 선수들보다도 이 코치를 보고 “선수 시절 대단히 인상적이었다”며 반가워했다.

 이 코치는 “북한에서는 ‘밉게 생긴 아이가 예술체조(리듬체조)를 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있다”며 리듬체조를 홍보했다. 그리고 “아직은 단체팀이 내세울 만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앞으로를 꼭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글·사진=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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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