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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 손택수(1970~ )

구두 뒤축이 들렸다 닳을 대로 닳아서

뒤축과 땅 사이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한 공간이 생겼다

깨어질 대로 깨어진 구두코를 닦으며

걸어오는 동안, 길이

이 지긋지긋한 길이

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나보다

닳는 만큼, 발등이 부어오르는 만큼 뒤꿈치를 뽈끈

들어 올려주고 있었나보다

가끔씩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기운다는 건

내 뒤축이 허공을 딛고 있다는 얘기

허공을 디디며 걷고 있다는 얘기

이제 내가 딛는 것의 반은 땅이고

반은 허공이다 그 사이에

내 낡은 구두가 있다


참 잘 쓴 서정시. 구두 뒤축이 닳아서 허공이 생겼으니 다음의 둘 가운데 하나. 길이 “나를 들어” 올린 거 아니면 내가 “허공을 디디며” 걸은 거. 하지만 내 눈이 가 닿은 곳은 “뽈끈”이라는 말. ‘조그맣게 솟아오른 모양’ 혹은 ‘성내는 모양’ 둘 다를 이르는 이 말을 어쩜 저렇게 예쁘게 썼을까. 아기 펭귄 뽀로로가 뒤뚱거리며 지나가는 것 같고, 방귀대장 뿡뿡이가 용쓰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지나간 곳은 뻘 같고 그가 만지는 것은 뾰루지 같겠지. 어쩌면 그는 뿔이 났을 수도 있겠지. 저러다가 구두가 더 낡으면 뒤축을 구겨 신겠지. 그건 땅을 지그시 눌러 담는 것. 모자장수는 갓만 보고도 신분을 알고 신발장수는 신발만 보고도 귀천을 안다는데, 나도 “뽈끈”을 보니 한 가장의 삶을 알겠다.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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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