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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개념연예인





영국과 프랑스가 백년전쟁 중이던 1340년. 프랑스 함대가 슬뤼스 해전에서 대패한다. 신하들은 이 비보(悲報)를 왕 필리프 6세에게 어찌 전할까 쩔쩔맨다. 보다 못해 궁정 광대가 나선다. “폐하, 영국 선원들은 우리 용감한 프랑스 선원들처럼 물에 뛰어들 배짱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재치를 빌려 직언과 풍자를 하는 사람. 광대를 일컫는 단어 ‘fool’을 ‘바보’와 구별하기 위해 ‘licensed fool(허가받은 바보)’이라고도 하는 이유다.

 서양뿐이랴.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는데,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면 아무리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으랴?”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11년 12월 29일의 기록은 광대 공길이 왕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다 곤장을 맞고 귀양갔다고 전한다. 공길은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이다.

 현실에 입다물지 않으려 하는 재인(才人)의 역할은 최근 인터넷을 달구는 ‘개념연예인’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개념연예인’이란 사회 이슈에 소신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다. ‘소셜테이너(socialtainer)’란 조어도 나왔다. ‘소셜(social)’과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다. ‘방송 퇴출’ 논란을 빚었던 개그우먼 김미화와 개그맨 김제동, 반값 등록금 촛불시위와 한진중공업 파업 지지에 나섰던 배우 김여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치 성향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의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하나다. 반면 젊은 층은 호응이 크다. 스타가 날 대신해 싸워준다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할 것이다. 정치권을 포함한 기성세대가 그들에겐 무능해 보인단 증거로도 읽힌다.

 며칠 전 일본의 한 보험회사가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나라를 맡기고 싶은 사람’을 조사했다. 영화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감독이자 배우 기타노 다케시(北野武)가 1위였다. 다케시도 이름난 ‘소셜테이너’다. “일본엔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 없다” “사람마다 능력이 다른데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교육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 등 전방위에 걸친 독설은 ‘다케시즘’이란 말을 낳기도 했다. ‘위기관리능력 빵점’이란 욕을 먹어온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19위였다. 실현 가능성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이 시대의 광대 ‘개념연예인’들의 발언이 대중에 먹혀 드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듯하다.

기선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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