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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에게 “함께 죽자” 번개탄 피운 뒤 도망쳐

지난달 24일 밤. 술에 취한 두 남녀가 평소 함께 지내던 서울 신림동의 한 원룸에 들어왔다. 둘은 방 한가운데 번개탄 두 개를 피운 뒤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시신으로 발견된 건 A씨(26·여)뿐이었다. 남자친구인 김모(40)씨는 A씨 가족에게 “원룸에 갔다가 숨진 A를 발견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게 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현장에서 “아빠 곁으로 간다…”는 내용의 A씨의 유서를 발견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함께 자살하려 했는데 나는 가까스로 살아났다”고 말을 바꿨다. 단순 자살 사건으로 처리되는 듯 했으나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번개탄을 피운 밀폐된 방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살아 있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가 A씨의 통장으로 회사 공금 2230만원을 횡령했다는 단서도 포착됐다.

 경찰은 김씨를 추궁했고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함께 죽자’고 A를 설득해 그가 잠이 든 다음 5분 후에 방을 빠져 나왔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9년 한 상가 분양회사에서 본부장과 경리로 만나 서로 호감을 느꼈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A씨 쪽 집안에서 40대 이혼남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공금 횡령도 밝혀질 위기에 놓이면서 올해 초부터 둘 사이에 다툼이 잦아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김씨를 위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구속 했다고 30일 밝혔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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