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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금요헬스실버] 신영록 ‘생존율 2.5%’ 기적 뒤엔 …

지난 5월 8일 오후 4시50분이었다.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제주·대구전의 종료를 앞둔 순간 한 선수가 갑자기 쓰러졌다. 불과 3분 전 교체 멤버로 나섰던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신영록(24) 선수였다. 당시 제주가 앞선 상황이어서 상대팀을 응원하던 관중은 일부러 시간을 끄는 줄 알고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이 순간 신영록의 생명은 풍전등화 상태였다. 이를 알아챈 김장열 재활트레이너팀장이 쏜살같이 그에게 달려갔다. 상태는 심각했다. 의식은 없었고 심장 박동도 감지되지 않았다. 재활 경력 20년째인 김 팀장은 평소 배워둔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심폐소생술을 30초 정도 하자 신영록의 심장 박동이 돌아왔다. 하지만 병원으로 이송 도중 다시 고동이 멈췄다. 그래서 2~3분간 다시 했더니 심장이 또 뛰었다.” 김 팀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실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사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앰뷸런스는 신영록을 싣고 제주한라병원으로 내달렸다. 평소 10분 거리였지만 일요일 오후여서 7분 만에 도착했다. 한라병원 김상훈 대외협력처장은 “제주팀 경기의 90%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40분 이상 거리)에서 열리는데 이날은 병원과 가까운 제주종합경기장이었다”고 말했다. 제주경기장에 항상 앰뷸런스를 대기해 놓은 것도 행운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쓰러진 지 12분 만이었다. 휴일이었지만 응급 의사들이 병원에 머물고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응급의학과 문이상(37) 과장은 “병원에서 각각 4번의 전기충격(제세동기 사용)과 심폐소생술을 하자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심장이 뛰자 의사들은 안도했지만 잠시였다.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이 멈춘 환자의 생존율은 2.5%에 불과하다. 심장 박동이 다시 돌아와도 이미 뇌에 큰 타격을 받고 숨지는 경우가 많다. 문 과장은 경험이 많지 않은 저체온요법을 적용했다. 심장 재박동으로 인한 ‘화재’(장기 손상)에 물을 뿌려 불길을 피하고 환자를 천천히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박규남 교수는 “심장마비 환자에게 저체온요법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10배 가까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원 도착 2시간 만에 뇌전증(간질)이 감지됐다. 신영록의 뇌가 손상됐다는 증거였다. 마취제 등을 투여하는 수면치료가 시작됐다. 한라병원 전종은 신경과장은 “뇌전증은 산에 불이 나서(뇌가 손상돼) 전기 스파크가 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스파크를 가라앉히기 위해 물을 끼얹고 코드를 빼는 것이 수면치료”라고 소개했다. 최장 일주일까지 잠을 자도록 했으나 가끔은 그를 깨웠다. 계속 누워 있으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서였다.

 의사들의 집중 치료는 신영록의 신체에 변화를 가져왔다. 의식을 잃은 지 12일 만인 5월 20일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의사들은 바짝 긴장했다. 고비는 그치지 않았다. 폐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뇌전증과 폐렴 가운데 어느 쪽 치료에 더 비중을 두느냐를 놓고 의사들 간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과장은 “뇌전증 자체가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누워 있으면 폐렴·욕창으로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던 5월 23일 신영록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가족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쓰러진 지 43일 만인 6월 21일에는 폐렴도 크게 호전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간호사가 수술 때문에 열었던 기관지 절개 부위를 막자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신영록은 46일 만(6월 24일)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강한 체력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독한 약, 험한 치료를 견뎌낸 것이다. 하지만 세밀한 움직임은 어렵다. 그래서 선수로의 복귀는 미지수다. 신영록은 6월 29일 비행기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겼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대원 교수는 1차 진료를 마친 30일 “한라병원에서 초기 고난도 치료가 잘 됐다”고 말했다. 상태가 더 나아지면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심실성 부정맥 재발에 대비해 자동차 에어백 같은 역할을 하는 소형 제세동기를 심장에 삽입할 수도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저체온요법=심장 박동이 일시 멈췄다가 되돌아온 환자의 체온을 32∼34도로 낮춰 24시간 유지한 뒤 다시 한 시간에 0.25도씩 서서히 정상 체온까지 올리는 신의료 기술. 현재 국내에선 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전남대병원·인천길병원·제주 한라병원 등에서 실시 중이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신영록
(辛泳錄)
[現] 제주유나이티드FC 축구선수(최전방공격수(FW), 10번)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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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