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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MB에 실망하고 정치에 절망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꼬리를 물고 폭로되는 공직자 비리에 국민이 절망하고 있는 시점에 이명박(MB) 대통령이 기막힌 말을 했다.

 “기업이 공무원들 연찬회를 뒷바라지하는 것은 오래전부터다. 나도 민간(기업)에 있을 때 을(乙)의 입장에서 (관리들을) 뒷바라지한 일 있다. 국토부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데가 그렇다. 국가 원로들도 온통 나라가 썩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시더라. 국민들은 나라가 비리투성이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이 대통령의 개탄은 우리의 막힌 가슴을 뚫을 만큼 후련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상하다. 2008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할 때부터 공무원들의 그런 작태를 알았다면서 지난 4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남의 말 하듯 책임을 아래로만 돌리는가. 빼어난 머리를 굴려 사욕을 탐하는 관리들이 누구인가. 그들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과 기관장의 부하들이고 이명박 대선캠프 출신들이다. 이 대통령의 개탄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불감증으로 들린다.

 국제투명성 조사기관인 트랜스패런시 인터내셔널(TI)이 발표한 2010년 세계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8.7점으로 39위다. G20 정상회의를 주최해 국격이 비약적으로 올랐다는 나라의 실상이 이 정도인가. 공직자의 부패와 기강 붕괴를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정확하게 인식하듯이 이명박 정부 출범 전부터 공직자들의 일탈행위는 만연했고, 이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나라는 구심력을 잃고 세력·지역·계층·세대·이익집단의 이해에 따라 원심분리 상태에 빠졌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얻은 530만 표 차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국민생활 개선과 국민통합에 활용하지 못해 서민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나라는 통합과는 반대 방향으로 표류한다.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4대 강,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반값등록금, 무상급식으로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한다. 검경 수사권 마찰과 검찰 간부들의 집단반발은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가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준다.

 한나라당도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에 빠졌다. 4·27 재·보선 패배에서 깨어나지 못한 한나라당은 여당인가 싶을 만큼 주요 안건에서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다른 길을 걸으면서 표가 된다고 생각되는 포퓰리즘 정책만 쏟아낸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상대로 합리적·현실적·대국적 정책대결을 할 생각은 접고 총선에서 재선, 주요 당직 차지에만 정신이 팔렸다. 헌법재판관 후보가 북한이 천안함을 격침하는 것을 보지 못해 북한의 소행으로는 못 믿겠다는,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증언을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반박 한마디 없다.

 여야는 자유민주주의의 자유(自由) 부분은 외면하고 민주(民主) 부분에만 매달려 공정사회라는 깃발 아래 대기업 때리기와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따위만 가지고 표를 다툰다. 정치권의 일탈에 대통령은 속수무책이다.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이 3년 만이라니 이러고 어떻게 주요 정책에 대한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 대통령과 정치권은 개인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진입 문턱에 선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의 부상, 일본의 침몰, 미국의 대외적인 개입 축소, 불길한 북한 내부 사정은 그들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10년, 20년, 50년 후를 내다보는 한국의 국가목표와 국가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정부에도 없고 정치권에도 없다.

 보수주의의 아버지인 에드먼드 버크(1729~97)는 ‘정당은 특정집단의 이익을 실현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집합체’라는 정당의 존재 이유에 관한 적극적인 정의를 최초로 내린 사람이다. 영국의 하원의원이었던 그는 소속 정당과 지역구의 이해에 속박돼 국가이익을 위한 전국정치를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정계를 떠났다.

 국제환경과 한반도 주변 사정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숨가쁘게 변한다. 환경 문제와 고령화 같은 새로운 도전들이 우리를 압박해도 정치권은 천하태평이다.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근시안적인 좁쌀정치가 아닌 큰 시야의 전국정치가 요구된다. 정치인들은 정치공학의 잔꾀를 부리지 말고 국익과 당리(黨利), 국익과 지역이익, 사회 공동선과 자신의 정치적 사리(私利)가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반성하는 쪽으로 혁명적인 발상 전환을 해야 한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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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