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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배수진 … 한은보다 전망치 높게 잡은 정부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내린 것은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의미다.”

 30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내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MB노믹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성장에서 한 걸음 크게 물러나 물가 잡기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물가 잡기의 속뜻은 서민 보듬기다. 물가가 오르면 더 많이 고통받는 게 서민이기 때문이다. 또 수출보다 내수 살리기도 강조했다. 내수가 살아야 서민 체감경기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747’로 상징되던 ‘MB노믹스’는 금융위기, 촛불시위 등 몇 차례 ‘빅 쇼크’에 결국 휩쓸려갔다”며 “정부의 경제정책 수정은 무리한 목표를 좇기보다 현실과 민간과의 소통을 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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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서민과 내수를 보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굵직한 뼈대는 일하는 복지와 사회안전망 강화다. 계층 간 소득격차를 줄여야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되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사회안전망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복지’를 위해 우선 근로장려세제(EITC)의 대상과 지급금액을 확대한다. EITC란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세금환급의 형태로 지급하는 세제다. 정부는 부양 자녀가 2인 이상인 경우 EITC 대상자 소득기준과 현재의 최대 지급금액(연 120만원)을 올려줄 방침이다.

 취업과 창업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에서 벗어나면(탈 수급) 제공하는 의료·교육 이행급여의 지원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탈 수급 시 모든 혜택이 끊기면서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일부러 근로를 기피하는 점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 줄이기에도 적극 나선다. 비정규직과 일용직 등 저소득 근로자의 경우 법적으로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도 현실적으로 가입을 못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사회보험이 가장 필요한 계층이 정작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장 실패’를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사회보험의 기본원리인 ‘자기부담 원칙’이 훼손된다는 게 정책 부담이다.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이 같은 서민 정책이야말로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보다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정부의 3기 경제팀장인 박 장관은 물가안정, 일하는 복지, 내수 살리기로 제 색깔을 냈다. 그러면서 관료 특유의 색채는 뺐다. 정부 발표자료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검토’니 ‘추진’이니 하는 모호한 표현이 많이 사라졌다.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괜히 에둘러 가지 마라”는 박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경제 전망을 할 때 정부가 흔히 사용해온 ‘내외’니, ‘수준’이니 하는 표현도 이번에 싹 사라졌다.

 다양한 정책 보따리가 정부 말대로 잘 풀릴 수 있을까. 정책목표의 충돌이 일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내수 살리기는 자칫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복지 확대는 어쩔 수 없이 재정 건전성과 충돌한다. 이를 피하려고 ‘일하는 복지’와 ‘복지 사각지대 축소’를 들고 나오긴 했다. 그러나 기초생활보호 수급 대상자를 늘리고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확대에는 큰돈이 든다. 기초생보 수급자 확대에만 약 2000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부 내 예산부서와 정책부서 간 이견이 있었지만 복지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 딜레마’를 풀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수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규제를 풀려면 난마처럼 얽힌 이해집단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정권 후반부의 경제팀으로선 아무래도 벅차 보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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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