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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경제는 일자리가 먼저야, 이 바보야 ! ”




양선희
온라인 편집국장


‘미국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있어서 좋겠다’. 지난주 뉴스위크(6월 29일자) 표지에 그의 얼굴과 함께 ‘경제는 일자리가 우선이야, 이 바보야’라고 일갈한 타이틀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이는 ‘오바마노믹스에 던진 훈수’라는 설명과 함께 그가 이끄는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가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개최한 특별 회의에 관한 기사로 이어졌다. 이 회의는 미국 시카고에 정·재계 지도자 600여 명을 모아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이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논의한 자리였다.

 CGI는 여기에서 미국의 일자리를 되살릴 실용적인 방안 14가지를 제시했다. 그중 ‘에너지 절약’을 일자리로 연결시킨 아이디어는 눈길을 확 끈다. 한 예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에너지 절약 공사 사례. 이 빌딩은 냉난방·조명·단열 설비를 개조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창유리로 바꾸었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에너지 비용은 연간 440만 달러. 이 절감액으로 5년이면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단다. 그리고 이 사업으로 252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CGI는 이런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일자리는 100만 개 이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장면을 바꿔 본지에 실렸던 ‘골프장 등화관제’ 기사(6월 22일자 3면)를 기억하시는지.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야간조명 단속을 실시한 뒤 한 골프장의 실상을 보도한 기사였다. 이에 따르면 등화관제로 이 골프장은 연간 전기료 2억5000만원을 절약한다. 동시에 세금은 32억원, 일자리는 261개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 똑같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일에 결과는 미국의 사례와 정반대다.

 또 장면을 바꿔 지난달 중순께 이명박 대통령 이하 국무총리와 장·차관, 청와대 실장과 수석급까지 참석했던 ‘내수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로 가보자. 여기에선 내수(內需)를 살려야 서민경제가 산다는 데 공감했고, ‘공공근로 시간 8·5제 실시’ ‘대체공휴일제’ 등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마디로 노는 시간을 늘려 돈을 쓰도록 해서 내수를 살리자는 얘기다. 수출은 늘어봐야 대기업만 부자 되는데 내수가 살면 서민 경제가 펴진다는 점에서 백 번 옳은 말씀이며, 탁월한 문제인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빼먹은 얘기가 있다. 서민들이 늘어난 여가시간에 무슨 돈을 쓰고 노느냐는 말이다. 요즘 공무원들은 몸 사리느라 골프도 안 치고, 구내식당 밥만 먹고 산단다. 부자들도 밤이면 불을 꺼야 하는 위락시설에는 가지도 않고, 몸조심 하느라 지갑을 안 연다. 그런데 문제는 골프장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써야 이 돈이 여기서 일하는 캐디나 풀 뽑고 청소하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외부 식당에서 밥을 사먹어야 식당 주인들도 먹고 산다. 부자들이 보는 사람 배가 아프도록 돈을 써줘야 서민들이 배를 채울 수 있는 게 자본주의 경제다. 한데 부자가 지갑을 못 열도록 봉쇄해 버리면 서민의 주머니는 누가 채워주나.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골프장 야간 개장은 안 된다고? 클린턴 같았으면 불 켠 골프장을 잡으러 다니는 대신, 태양광을 설치하든지 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을 내놨을 거다. 이를 통해 태양광 업체도 먹고 살고, 야간에 일하는 골프장 직원들의 일자리도 늘릴 수 있으니까. 그래야 일해서 번 돈으로 여가시간에 돈을 써서 내수를 살릴 수 있으니까.

 에너지절약 매뉴얼 상 지금 같이 기름값이 비쌀 때는 단속하는 게 맞을 거다. 하지만 일자리는 매뉴얼이 아닌 창의성이 늘린다.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공복(公僕)’이 아니라 이 사회의 ‘부채’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는다. 그저 전직 대통령이 나서서 일자리 늘리기 아이디어를 보태주는 미국이 부러울 따름이다.

양선희 온라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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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