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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핫코너’ 가거도 … 메아리, 64t 사발이 400개 삼켰다




지난달 26일 태풍 메아리가 전남 가거도항을 덮쳐 쌓여 있던 무게 108t짜리 큐브블록이 무너졌다.(왼쪽) 방파제 보호를 위해 방파제 옆에 설치한 무게 64t 규모의 테트라포드. 이번 태풍에 테트라포드 400여 개도 바다로 휩쓸려 갔다. [서해어업 지도사무소 제공, 중앙포토]


지난달 26일 오전 7시쯤 국토의 최서남단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소흑산도)에 비상이 걸렸다. “태풍이 몰려옵니다. 대피하세요.”

 333가구 500여 명의 주민은 아침을 먹다 말고 황급히 마을 뒤편 독실산으로 몸을 피했다. 잠시 뒤 초속 34.8m의 강풍과 함께 엄청난 파도가 섬을 덮쳤다. 이런 태풍에 대비해 가거도항에는 높이 12m, 길이 490m, 폭 15.2m의 방파제가 건설돼 있다.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는 64t짜리 테트라포드(사발이)와 108t짜리 큐브블록(Cube block)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태풍 ‘메아리’가 몰려오자 본능적으로 대피했다. 이 정도의 방파제로 태풍을 막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정은 옳았다. 태풍이 잦아들 무렵 바다 쪽을 바라보던 주민들의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방파제를 감싸고 있던 테트라포드 400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테트라포드보다 배가량 큰 큐브블록은 마구 흩어져 있었다.





 가거도 주민들의 30여 년에 걸친 ‘방파제의 꿈’이 또 태풍에 쓸려 갔다.

 가거도 방파제는 1978년 착공됐다. 태풍만 불면 속수무책 피해를 보는 가거도 주민들을 보호하고 어선들의 긴급 대피장소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따라 가거도의 파고와 유속·수심 등 해양조건을 감안해 방파제를 설계 했다.

 가거도에 방파제를 세우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착공 이후 ‘셀마’(87년), ‘프라피룬’(2000년), ‘라마순’(2002년) 등의 태풍에 공사 현장이 번번이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다. 애초 10년이던 공사 기간이 30년으로 늘어 2008년 5월 완공했다. 예산도 300억원에서 1325억원으로 불었다.

 방파제 주변에는 테트라포드 6000여 개를 설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108t짜리 큐브블록 600여 개로 방파제를 감쌌다. 국내 어항 중 큐브블록이 설치된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통상적으로 길이 500m가량의 어항에는 테트라포드가 2000~3000개 설치된다. 가거도항에는 다른 곳에 비해 구조물을 2~3배 더 설치한 것이다. 실제 전남 여수의 국동항과 진도 수품항 등에는 구조물이 2000개 안팎이고, 무게도 32t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력했다. 지난해 9월 찾아온 불청객 태풍 ‘곤파스’는 가거도항 방파제를 30m가량 무너뜨리고, 테트라포드 300개를 집어삼켰다. 아직 보강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메아리가 방파제를 덮쳐 방파제 일부가 또 훼손됐다.

 이렇게 태풍 피해가 큰 이유는 가거도가 서해상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진로 한복판에 위치한 데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국가태풍센터 김태룡(57) 센터장은 “가거도는 전남 목포에서도 145㎞나 떨어져 있는 망망대해에 있어 태풍이 불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거도 주민 조종환(59)씨는 “30년이나 공을 들인 방파제가 완성됐다고 좋아한 게 3년 전인데 여전히 태풍 때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삼부토건 이현우(52) 소장은 “방파제 앞바다에 또 하나의 거대한 큐브블록·테트라포드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방파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최경호 기자


◆핫코너(Hot Corner)=강한 타구가 많이 날아가는 3루 구간을 말하는 야구용어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부근은 태풍이 강하게 지나가는 곳이라 ‘핫코너’로 불린다.

◆테트라포드(Tetrapod)=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형 콘크리트 블록. 4개의 뿔 모양으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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