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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안타까운 물가 전쟁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보기 참 안쓰럽다. 물가 안정에 전력투구하는 정부의 위태로운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다. 물가는 곧 민생이고, 다가오는 선거철 표심(票心)과도 직결된다. 그러니 정부가 물가 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지나치면 탈이 난다.

 며칠 전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외식비 상승세가 과하다며 음식점 업주들에게 세게 경고했다. 그는 “담합·편승·과다 인상 등이 없는지 공정위에 고발하는 등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음식값 올리는 식당 좋아할 소비자는 없다. 그렇다고 공정위에 고발한다고? 그게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 온 ‘시장 친화적인 물가 대응’인지는 둘째 치고,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공정거래법을 뒤져봤다. 음식점 업주가 무슨 독과점 지위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도 아니고, 손님 상대하는 음식점에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불공정행위를 따지는 잣대를 들이대기도 웃기는 일이고…. 그나마 가능한 조항이 담합 정도일 텐데, 이 또한 참으로 옹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리적으로 분리된 일부 특정 상권을 제외한다면 서로 다른 메뉴를 내세워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종(異種) 식당들의 담합은 성사되기도 어렵거니와 적발하기는 더 골치 아플 것이다.

 정부 발표자료에는 ‘손봐줄 음식점’의 예가 친절하게(?) 적시돼 있다. 한우 값은 내렸는데 갈비탕이나 등심 가격을 올린 식당, 밀가루 값은 그릇당 50원 올랐는데 가격은 1000원 올린 칼국숫집…. 월급쟁이 입장에선 괘씸한 식당들이다. 옆집이 값 올린다고 원가 상승 요인도 없는데 덩달아 값을 올리는 편승 인상도 참 얄밉다. 하지만 한번 따져보자. 편승 인상인지 과다인상인지 정부가 알 수 있을까. 같이 붙어 있다고 해도 옆집 칼국수와 뒷집 칼국수의 원가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식당 메뉴의 원가 구조까지 꿰뚫는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언젠가 이런 정부를 3인칭 소설의 ‘전지적 작가’에 빗대 ‘전지적(全知的) 정부’라고 이름 붙인 적이 있다.

 물론 정부가 일단 맘을 먹으면 식당 몇 곳 본보기로 혼쭐내는 건 일도 아닐 거다. 담합이나 편승·과다 인상을 입증하기 어려우면 뭐 어떤가. ‘문제업소’는 친히 현장 방문도 하겠다고 했으니, 원산지 표시나 위생상태를 점검할 수도 있다. 얼마 전 공정위가 리뉴얼을 이용한 편법 인상이라고 비판하던 농심의 ‘신라면 블랙’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우회 제재한 것처럼 말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엊그제 외식비를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겠다고 했다. 시장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 실패를 정부가 보완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요즘 정부는 너무 나갔다. 이미 빛 바랜 이명박 정부 초기의 ‘시장 프렌들리’ 원칙을 되새기라고 굳이 읊조리고 싶지는 않다. 공정위 고발 운운하는 정부를 보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대사를 떠올렸다.“우리 사람이 되기는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 맙시다.”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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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