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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29) 봉게리히텐의 ‘김치 연대기’ 제작 여행





상상 못할 정도의 정성, 고추장 앞에서 겸허해졌어요



제주 녹차밭을 방문한 마르자(왼쪽)와 장조지.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 켜보며 좋은 녹차를 만들기 위한 정성과 노력에 놀랐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



나는 마르자 봉게리히텐이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도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은 아니다. 나는 어렸을 적 미국에 입양됐다. 지금은 프랑스 사람과 살고 있다.



 나는 다음달부터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되는 한국문화 소개 프로그램 ‘김치 연대기’의 진행자이자 공동 제작자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셰프이자 남편인 장조지 봉게리히텐과 함께 한국을 여행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엔 한 달 가까이 한국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한국의 모습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가 방문하는 곳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식당과 가정을 소개했고, 동네 시장에 데리고 가 고유 식재료를 설명해 주었다. 서울 인사동의 한정식 레스토랑 ‘두레’에 간 것도 이와 같은 여정 중의 하나였다.



 두레 이숙희 대표는 우리에게 홈메이드 고추장 담그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정성과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정성이야말로 한국 음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와 남편은 고추장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추장 담그기 수업이 끝나고 이 대표는 나를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전통적이면서도 가볍고, 재료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그녀의 음식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식사는 이 대표의 무반주 판소리 공연과 함께 끝났다. 자신감 넘치고 풍부한 감정이 담긴 소리를 들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그녀가 한국 음식과 문화의 정수를 구현하는 특별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남편은 제주도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제주 해녀에게 그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남편은 잠수복과 수경으로 무장을 하고 해녀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성게를 따오기도 했다. 잡은 성게는 현장에서 바로 먹었다. 바로 이것이 요리사에게 가장 근본이 되는 원칙이다. 식재료를 산지에서 바로 소비하는 것은 사람이 음식과 맺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있는 녹차밭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녹차밭에서 차가 땅에서 자라 찻잔 속에 담기기까지의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차가 어떻게 재배되고 수확되며 가공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찻잎 채집 전문가들이 찻잎의 정교하고 미묘한 향을 지키기 위해 저급 비누로는 절대 손을 씻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삼겹살 구우며 ‘정이란 이런 거구나’









속초 해변에서 가족 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마르자(오른쪽에서 둘째).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아침은 강원도 속초에서 맞은 아침이었다. 나는 한국인 친척들과 함께 해변에서 직접 요리를 하며 식사를 했다. 우리는 해변에서 빙 둘러앉아 지역 특산 게로 요리한 찌개와 오징어 구이, 삼겹살과 채소를 먹었다. 물론 김치도 있었다. 이날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차원을 넘어섰다. 이날 식사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의미했고, 내가 태어난 땅에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리고 내가 나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가족은 한 문화를 특징지우지만 때로는 문화를 초월하기도 한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가족은 모두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내게 큰 의미를 남겼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 음식의 뿌리를 이루는 한국인의 전통과 사상, 풍속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옛날 음식을 먹어보며 한국 음식의 유래를 이해하게 되었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면서 한국 음식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한국 문화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가며 감동을 받고 있다.

마르자 봉게리히텐(Marja Vongerichten)



1976년 한국 출생.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3세에 미국 버지니아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미국에서 배우와 모델로 활동했으며 뉴욕에서 생모를 만난 이후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마르자는 셰프 장조지 봉게리히텐의 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조지는 미슐랭 별점 세 개를 받은 뉴욕점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20여 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퓨전 프랑스 요리의 대가다. 이들 부부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김치 연대기’ 제작을 위해 지난해 두 차례 방한해 한 달 이상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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