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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청렴<淸廉>









중국 북송 때의 ‘판관 포청천’, 즉 포증(包拯)은 청백리의 대명사다. 광둥(廣東)성 지방 관청 벽에 남아 있는 그의 시(詩) 첫 구절이 ‘청심위치본(淸心爲治本)’이다. 청렴한 마음을 다스림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포증은 임종 때 후손에게 남긴 유언에서도 ‘청렴’을 당부했다. “후대 자손이 벼슬살이를 하다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고향(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 죽은 후에 선산에 묻힐 수도 없다. 내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내 자손이 아니다.” 이러니 훗날 포증을 다룬 지방 연극이 100편이 넘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존경과 감탄의 손길에 닳아 파일 정도로 사람들 마음에 깊이 자리 잡았을 터다.



 포증이 청렴을 자손도 버릴 정도로 엄중하게 여겼다면, 다산 정약용은 청렴을 여자의 순결에 비유했다. 『목민심서』중 ‘율기잠(律己箴)’을 인용한 대목에서다. “선비(공직자)의 청렴은 여자의 순결과 같아서 한 오라기의 오점이라도 평생 흠이 된다. 어두운 방이라고 말하지 말라. 넷이 알고 있다.” 여기서 ‘넷이 알고 있다’는 후한 때의 양진(楊震)이 말한 바로 그 ‘사지(四知)’다.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아니 오직 청렴하라는 얘기다.



 다산에겐 청렴이야말로 공직자의 본래 직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그래서 청렴하지 않고서는 공직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청렴한 공직자라야 투명한 행정을 펼 수 있고, 청렴해야만 공직자의 권위가 서며, 청렴해야만 강직한 공직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목민심서』에 ‘청렴할 렴(廉)’자가 수없이 등장하는 까닭이다.



 율곡 이이가 『격몽요결』에서 강조한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 또한 청렴이다. ‘벼슬은 남을 위한 것이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가르침이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정치 이상을 실현하는 게 목적이지 자신의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고 벼슬을 하는 게 아니란 거다.



 요즘 공직 사회에 부쩍 늘어난 청렴 구호가 어지럽다. ‘청렴송’이 공무원들 귀를 수시로 공략한다. 청렴식권·청렴마일리지·청렴동아리·청렴교육이수제 등 온통 청렴 바람이다. 급기야 엊그제 행정안전부 직원들은 청렴계약서에 서명해 장관에게 제출하기까지 했다. 뇌물·향응으로 곪아 터진 공직 사회의 역설적 단면이다. 그나마 구호보다 실천에 힘쓴다면 다행이겠다. 다산·율곡이 후손에 바라는 것도 그게 아니겠나.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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