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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 뮤지컬에는 왜 ‘김수현 작가’가 없을까







20일 선보인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개막작 ‘투란도트’의 한 장면.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다음 달 11일까지) 개막작인 뮤지컬 ‘투란도트’는 참 재미없다. ‘오카게 오마레’라는 이상한 이름의 수중왕국이 배경으로 깔릴 때부터 ‘이게 뭐지?’ 싶었다. 짝퉁 ‘캣츠’ 비슷한 의상을 입은 앙상블은 아동극마저 연상시켰다.



 도대체 배우들이 왜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는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등 주요 사건의 개연성을 납득할 수 없었다.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했더니 제작진은 “원작이 원래 그렇다”라고 답했다. 원작을 재연하건, 한국적으로 재해석하건 상관없다. 관객이 원하는 건 구차한 설명이 아닌, 몰입과 공감이다.



 가끔씩 남녀주인공이 부르는 솔로곡은 들을 만했다. 하지만 취약한 내러티브에 포위된 음악이 마음을 움직일 순 없었다. 사실 ‘어설픈 스토리’는 ‘투란도트’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최근 공연된 대형 창작 뮤지컬들이 얼추 비슷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도 심사위원들은 극본상 선정에서 가장 애를 먹었다. 뛰어난 대본보다 결정적 하자가 있는 것을 먼저 추리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택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선정된 게 ‘서편제’였다. 그런데 수상자는 시상식 당일 “한국 뮤지컬계가 온통 썩었다”라는 투의 격정을 10분간 쏟아냈다. 본인으로선 충정의 토로겠지만, 듣는 입장에선 ‘수상소감이 저토록 훈계조이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왜 쓸만한 뮤지컬 대본은 드물까. 좋은 극작가가 없어서? 작가들의 실력이 없어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대사는 귀에 쏙쏙 들어오고, 영화 ‘과속스캔들’의 발상은 기발하지 않았던가.



드라마나 영화에선 좋은 대본이 적지 않은 데 왜 뮤지컬에선 그렇지 않을까. ‘투란도트’의 이해제, ‘서편제’의 조광화, ‘피맛골 연가’의 배삼식 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희곡작가로 꼽히는 데 말이다. 연극판에선 펄펄 날던 이들이 왜 뮤지컬에 오면 죽을 쑤는지도 괴이한 일이다.



 뮤지컬평론가 조용신씨는 “뮤지컬 대본은 음악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통 대본을 쓴다고 하면 ‘탈고’라는 개념을 떠오르기 쉬운데, 뮤지컬 대본은 탈고라기보다 작곡가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수정과 보완의 연속”이라고 강조했다. 번역가 박천휘씨는 “뮤지컬 극작가는 양보하는 직업”이라고도 했다. “작가가 쓴 가장 핵심적 대목을 뮤지컬에선 결국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뮤지컬 극작가에겐 글쓰기 자질이 최고의 덕목은 아닌 듯싶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같이 작업하는 이와 소통·협력하며, 공들여 쓴 대사를 노랫말에 넘겨주고도 훌훌 털어버리는 넉넉함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니 골방에 갇혀 “내가 가장 잘 써!”라며 독불장군처럼 지내는 수많은 작가들에겐 힘들 수밖에. 지금 한국 뮤지컬엔 홈런을 치는 4번 타자가 아닌, 팀을 위해 희생 번트를 대는 2번 타자가 더 절실하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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