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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골프 줄취소 … “1년만 버티자” 잔뜩 움츠려





MB “나라가 온통 썩었다” 질책 후 몸사리기 백태



목 축이는 권도엽 국토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주재한 청렴실천 대책회의가 20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렸다. 권 장관은 산하기관과의 골프 금지 등 구체적인 행동 기준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본부 및 소속 기관 간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경제 부처 고위 공무원 A씨는 다음 주말로 예정됐던 골프 약속을 20일 급히 취소했다. 공식적으로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왠지 꺼림칙해서다. 그는 “접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지인들과 어울리는 자리지만 요즘 같은 때 자칫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A씨뿐이 아니다. 지난 주말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 수도권 골프장은 이른바 ‘대타 구하기’로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한 기업체 관공서 담당자는 “지금까지는 공무원들이 실명이 아닌 가명을 쓰면서 조심스레 골프를 쳤지만 지난 주말엔 아예 불참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공직사회가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목금 연찬회와 뇌물 수수 등 공직비리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공직 비리 다잡기’가 국정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이 각 부처 장·차관이 참가한 국정과제토론회에서 “국민들에겐 나라가 온통 썩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몸조심의 강도는 더 세졌다.













 정부 청사가 있는 과천의 식당가는 요즘 낮 12시50분만 돼도 썰렁해진다. 점심 종료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일찍 파하기 때문이다. 민원인을 포함한 외부 인사 접촉도 꺼린다. 정부 발주 과제를 많이 수행하는 한 국책연구소 직원은 “최근 청사에 들어갔는데 담당 공무원이 어디 갔는지 묻기도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굳어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 각 부처도 단단히 기강 잡기에 나섰다. 연찬회와 뇌물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국토해양부가 앞장서고 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20일 오전 8시30분 과천 국토부 청사 4층 대회의실에 국·과장 이상 직원 100여 명을 불러모았다. 그러곤 ‘청렴 실천 및 조직문화 관련 장관 특별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권 장관은 “업계나 협회, 직원들끼리 밥을 먹을 때도 비용을 각자 내고 과도한 음주와 2차를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골프와 특혜 소지 있는 모든 행위도 금지했다. 권 장관은 또 “이 같은 내용 에 대해 전방위 암행감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발되면 승진 제외, 공직 배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연찬회 같은 외부 행사는 사전에 일상 감사를 통해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주범’으로 몰린 금융감독원도 지난달부터 전 임직원에게 ‘골프 및 노래방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퇴직한 임직원의 금감원 방문을 금지하고 이들과 현직 직원들과의 식사도 자제토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퇴직자의 공정위 출입금지 기한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등 퇴직자 윤리강령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5일부터 불시 복무기강 점검을 시작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같은 날 감사관 명의로 복무규정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 직원들에게 보냈다.



 하지만 정말 공직사회가 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정권 말이면 으레 사정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며 “그럴 때면 무조건 숨 죽이고 몸조심하는 데 단련이 된 게 공직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길어야 1년만 버티면 될 것이란 자조의 목소리가 많다”며 “공무원의 권한을 줄이고 부패·비리를 엄단하는 근본 수술이 없는 한 자숙·자정도 시늉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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