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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세계자연유산 신청 땐, 주민들 파리 가 반대시위했죠







해양식물학을 전공한 이인규 문화재위원장은 “지자체들이 개발 계획을 세울 땐 땅을 사들이기 전에 문화재청과 협의해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문화재에 대한 고려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는 문화재가 걸림돌인 양 불평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문화재청이 다루는 분야는 ‘하늘부터 땅속까지’다. 흔히 불상·도자기·건축물을 생각하기 쉽지만 동굴, 공룡 발자국, 새와 나무도 문화재다. 그런데 자연유산은 문화재 정책에서도 사실 오랫동안 소외됐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인규(75) 문화재위원장의 전공은 식물학이다.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문화재위원장에 오른 그는 “시리즈의 제목부터 ‘문화유산’ 대신 ‘국가유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문화재 그룹에서 소수자 취급을 받으셨죠.



 “평생 소외된 분야만 하는 게 업보인 것 같아요. 마이너한 식물학에서도 가장 마이너한 해양식물을 전공했고, 우리 과도 작은 학과라 밤낮 큰 과들과 싸웠는데…. 1995년 처음 문화재위원이 됐을 땐 담당 직원 한 두 명이 자연유산 전부를 담당했죠. 사실 명승·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이 면적으로 치면 가장 넓은데 말이죠.”



 -범위가 넓으니 부딪힐 일도 많았겠네요.



 “권위주의 시대엔 국가가 대의명분을 앞세워 사유재산권을 제약했어요. 보상체계가 별로 없었죠. 문화재청이 워낙 예산이 없으니까요. 최근에 보니 교량 하나 잘못 만들어서 1000억 원씩 날린다는데, 다리 몇 개가 문화재청 한 해 예산이랑 맞먹어요. 천연기념물 분과의 올해 예산이 겨우 5억 원 정도예요.”



 -우포늪은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했다가 최근에 다시 지정했는데요.



 “주민들이 철새가 오지 않는다며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하라고 야단을 했었죠. 어떤 지역에선 노거수(老巨樹)를 문화재로 지정했더니 나무 뿌리에 약을 부어서 고사시키기도 했다고요. 설악산은 95년에 세계자연유산 등재신청을 했는데, 주민들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몰려가 등재를 반대 시위를 벌였어요. 남들은 다 세계유산이 되고 싶어 안달인데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라고, 유네스코 역사에 남은 사건이에요. 그런데 요즘엔 차원이 좀 달라졌죠.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이 된 게 전환점이에요.”



 -문화유산보다 자연유산 수가 훨씬 적은데요.



 “문화유산은 절대비교예요. 한반도의 문화유산과 똑 같은 걸 다른 민족이 만들 수 없잖아요. 하지만 자연유산은 상대평가예요. 한라산이라면 전세계 산 중 가장 빼어나야 하거든요. 제주도는 2005년 용천동굴이 발견되면서 성공적으로 등재됐어요. 땅 밑이라 훼손되지 않은 거죠. 용암동굴인데 그 위에 쌓인 조개 껍데기가 빗물에 녹아 나무 뿌리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굳어 종유석이 됐어요. 유네스코 실사단으로 온 뉴질랜드 학자가 동굴을 보더니 ‘신의 영역에 죄 된 몸으로 함부로 들어가 오염시켰다’며 감동하더군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용천동굴의 비경. 바위를 얇게 저민 듯한 베이컨 시트다. [중앙포토]



 -제주도 관광객이 많이 늘었죠.



 “자연유산이 되니 외국인 관광객이 매년 배 이상 늘어났죠. 지자체장들이 이제 너도 나도 세계유산을 하자고 청원해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자연유산은 일제 때 수탈되고, 전쟁 때 폐허가 돼 복원되려면 가만히 놔둔 채 50년, 100년이 흘러야 해요. 제주도는 다행히 땅 속 용천동굴이 훼손돼지 않아 가능했죠. 이제 자연유산으로 될 수 있는 건 한반도에선 DMZ 뿐입니다. ”



 -문화재 덕에 먹고 사는 셈이네요.



 “옛날엔 문화재로 지정하면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어요. 그런데 활용을 안 하면 오히려 보존이 안되니 점차 활용하는 쪽으로 갑니다. 저도 제주도를 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해녀가 물질을 하는 게 자연을 훼손하는 것처럼 느껴져 실사단이 못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사단이 바로 그런 게 필요하다며 해녀 인터뷰까지 하더군요. 주민들이 더불어 살면서 유산 덕에 삶을 유지하는 보람이 있어야 관리가 된다는 거죠. ”



 -독도 개발 움직임은 어떻게 보시는지.



 “ 해양 분쟁에서 거기에 주민이 살고 있다는 건 아무런 근거가 안 된대요. 오히려 국가 지정 문화재로 만들거나, 학자들이 연구해서 학술적 업적을 남기는 게 훨씬 더 근거가 되죠. 예전에 어떤 국회의원이 독도에 호텔 짓고 농사 짓자고 해 기절초풍한 적이 있어요. 문화재적 가치를 국가가 보존하는 게 더 중요해요.”



 -4대강은요.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문화재위원회가 안동 하회마을에는 보(湺)를 못 만들게 했죠. (문화재위원의 요구를) 많이 들어줘서 바꿨어요. 4대강 반대론자들은 황쏘가리 등 몇 가지 어류가 훼손된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과학적으로 잘 따져야죠. 예컨대 천성산 도롱뇽을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반대가 심했는데 요새 더 많이 서식하거든요.”



 -제주 강정마을에도 해군기지가 들어서죠.



 “서귀포 앞 문섬이 연산호 군락이에요. 문화재 지정할 땐 희귀종이었는데, 지구온난화가 되면서 독도에서도 연산호가 보이고 있어요.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를 모아 1년간 연구했어요.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해류의 흐름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라 거의 문제가 안 되더라고요. 객관적 조사와 과학적 데이터로 이야기하니 NGO들이 문제 삼지 않더군요.”



글=이경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인규
(李仁圭)
[現]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現]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19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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