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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바닥엔 도롱뇽 천지, 돌 밑엔 알 품은 가재 … 천성산은 ‘생태 낙원’





중앙일보 이기원·송봉근 기자, KTX 지나는 늪지대·계곡 가보니 …



천성산은 생태계의 보고였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천성산 늪에서 발견됐다. 경남 양산시 천성산 법수원 계곡에서 발견된 도롱뇽유생(左). 대성늪에서 살고 있는 가재(右). [송봉근 기자]





초록빛 진파리새를 헤치고 질퍽질퍽한 늪 바닥에 발이 빠질세라 조심조심 물웅덩이로 접근했다. 썩은 낙엽으로 인해 옅은 갈색을 띤 물속엔 북방산개구리 올챙이들이 무더기로 모여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생태학자인 이종남(동물분류생태학) 박사가 물속을 살피더니 미꾸라지 새끼 같은 생명체를 가리켰다. 뒷발로 엉금엉금 바닥을 기다가 뜰채를 가까이 들이대자 꼬리를 흔들며 헤엄쳐 도망쳤다. 도롱뇽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유생(幼生)이다. 길이 1.5~5㎝쯤 되는 유생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유생이란 알에서 깨어나 완전한 도롱뇽(성체·成體)이 되기 전까지로, 변태를 거쳐 성체가 되면 아가미가 사라지고 피부 호흡과 폐 호흡을 하게 된다. 이 박사는 “3~5월에 도롱뇽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유생으로 돌돌 말려 있는 반투명체는 이것들이 빠져나가고 난 빈 알집”이라고 말했다.









법수원 계곡에서 놀고 있는 옴개구리(左). 대성늪에서 헤엄치고 있는 참개구리.(右) [송봉근 기자]























 18일 오후 4시쯤 천성산 일대 22개 늪 가운데 원효터널에서 가장 가까운(직선거리로 380m) 대성늪의 첫 인상이다. 원효터널은 천성산 아래 해발 101~293m를 관통하는 KTX 경부선 2단계 구간이다. 지율 스님 등이 “터널이 뚫리면 지하수맥이 파손돼 천성산 일대 늪이 말라 도롱뇽이 서식지를 잃게 된다”며 2003년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논란에 휩싸였던 곳이다.



 하지만 원효터널이 뚫리고 지난해 11월부터 KTX 열차가 하루 60여 회까지 8개월째 달리고 있지만 대성늪에는 도롱뇽 유생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산개구리·참개구리·옴개구리들이 올챙이 떼 주변을 맴돌고 애끊는 듯한 무당개구리 소리도 들렸다. 아래쪽 도랑에선 돌을 들자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가 꼬리로 알을 둘러싼 채 집게발을 휘둘러댔다. 천성산은 생태계의 보고였다.



 원효터널에서 540m 떨어진 법수원 계곡. 도롱뇽 파동이 한창이던 2004~2008년 충북대 강상준 교수팀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의뢰로 생태환경 조사를 한 뒤 “원효터널로 인한 환경 변화는 없다”고 결론 낼 때 포함됐던 조사 대상지다. 도롱뇽 유생들은 버들치·물방개와 어울려 수영 경기를 하는 듯했다. 너럭바위 위 얕은 웅덩이에서 지름 20㎝쯤 되는 뜰채로 가라앉은 낙엽을 헤집고 바닥을 걷어 올릴 때마다 2~4마리씩의 도롱뇽 유생이 올챙이들과 함께 걸려들었다.









이종남 박사



 16, 18일 이틀에 걸쳐 원효터널 인근 늪 3곳과 계곡 2곳을 둘러봤다. 터널보다 해발 100~600m쯤 높은 고산지대였지만 물이 마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골짜기 물을 끌어다 쓰는 법수원·안적암의 식수대엔 물이 콸콸 넘쳤다. 8년째 천성산 고산 늪지 모니터링을 해온 이성규(42)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전문위원은 “빗물에 의한 늪이어서 터널이 뚫리더라도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는 걸 미리 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이모씨는 “당시 소송과 단식투쟁에 대해 잊어버리고 싶어하더라. 지금은 경북 예천의 내성천 쪽에서 4대 강 사업 관련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울산=이기원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도롱뇽 소송=2003년 10월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는 “원효터널이 뚫리면 천성산 일대 늪·계곡이 말라 도롱뇽이 서식지를 잃게 된다”며 도롱뇽을 원고로 공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2006년 6월 대법원의 각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공사가 두 차례에 걸쳐 6개월간 중단됐고, 시공업체는 145억원의 공사비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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