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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홍콩의 ‘르 프렌치 메이’







정용환
홍콩 특파원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이곳에선 매년 5월을 전후해 2개월간 프랑스 현대 예술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19년째를 맞은 ‘르 프렌치 메이(5월의 프랑스)’다. 아시아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프랑스의 현대 예술이 39개 공연·전시 프로그램으로 세분돼 문화대국 프랑스의 이미지를 쌓고 있다. 춘절 명절이 지나면 홍콩 시내와 유동인구가 많은 10여 개 지하철 역사 벽면은 르 프렌치 메이 홍보 광고로 덮인다.



 1993년 첫 테이프를 끊은 르 프렌치 메이는 프랑스 문화부와 주홍콩 프랑스 총영사관·알리앙스프랑세스(문화원)가 주관한다. 오페라·미술·사진·팝아트·영화·멀티 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프랑스 현대 예술가들이 총동원된다. 처음에는 6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39개로 늘어났다.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 각국의 문화행사 중 최초이고 프랑스 밖에서 막을 올린 첫 예술 축제다. 광둥어·푸퉁화(중국 표준어)·영어가 공용어인 홍콩이지만 이 행사의 공연·전시장은 프랑스어로 안내방송된다.



 지난해 만난 프랑스 총영사관 질르 본느비알 문화 담당 영사는 “중국의 관문이고 가장 서구화된 아시아 도시이기 때문에 홍콩을 선택했다”고 했다. 경륜 있는 행사로 뿌리 내린 배경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프랑스 교민·주재원이 있었다고 한다. 약 400만 유로(약 62억원)가 쓰이는 한 해 행사는 정부 지원과 기업·개인 후원금으로 꾸리지만 한 장에 200~300홍콩달러(2만8000~4만2000원)인 티켓이 팔리지 않고서는 행사 자체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 등 몇몇 국가도 일주일간 자국 문화행사를 열어봤지만 관객층이 얇아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다. 르 프렌치 메이를 통해 프랑스의 신진 예술가들은 해외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홍콩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문턱 낮은 공연·전시장을 찾아 프랑스의 소프트파워를 접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공공(公共)외교의 현장인 것이다.



 얼마 전 유럽의 문화수도 파리에서 K팝 공연이 화제가 됐다. 유럽의 소녀들은 한국의 댄스그룹에 열광했고 외신들은 유럽에 불기 시작한 한류에 주목했다. 2005년 드라마 ‘대장금’이 몰고온 한류 바람도 대단했다. 당시 중국에서 연수 중이었는데 어딜 가나 대장금 주제곡이 휴대전화 연결음으로 들렸고 한식당이 당당히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대장금이 막을 내린 뒤 1년도 못 가 식어버렸다. 후속작들이 열기를 이어갔어야 하는데 장르도 소재도 빈곤했다.



 한류가 유럽에서 이룬 쾌거에 안주해선 안 되는 이유다. 반짝 한류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저변의 문화상품들이 더 많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전통 한지에 그린 서예 작품도, 퓨전 국악도 좋고 비보이들의 댄스도 좋다. 전진기지로는 베이징·상하이가 최적이다. 교민·주재원을 포함해 한국인 유동인구가 20만 명이 넘는 곳이다. 한국인들의 티켓 파워만으로도 프랑스 문화담당 영사가 부러워했던 무대다.



정용환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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