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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주 열에 여섯은 ‘뻥 공시’





2007년 이후 공시한 28곳 중 18곳 퇴출·한계기업







2009년 8월 핸디소프트는 몽골 구리광산개발회사인 MKMN의 지분 40%를 취득해 1만9269ha의 채굴권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가 밝힌 투자금액은 총 230억원. 핸디소프트는 “추정 매장량이 최소 100만t 이상 된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회사가 MKMN을 인수하는 데 든 돈은 100만원에 불과했다. 탐사권은 있지만 채굴권이 없어 수익을 낼 수 없는 회사를 사들인 것이다. 검찰은 100만원짜리 회사를 사들이는 데 290억원을 투자한 것처럼 꾸며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핸디소프트의 전 대표와 주요주주를 구속기소했다. 1991년 탄생한 1세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핸디소프트는 올해 3월 상장폐지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는 허위 정보로 주가를 올린 후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기는 ‘먹튀’ 자원개발주가 속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종목들이 상장폐지로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자원개발 내용을 공시한 28개 상장사 중 18개사(64.3%)가 증시에서 퇴출됐거나 한계기업으로 지정됐다. 15개사에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로챈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자원개발 공시 전후로 대표이사가 바뀐 기업은 12곳, 최대주주가 변경된 곳도 11곳에 이른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승철 연구원은 “시간이 지나 횡령·배임이 밝혀지면서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고, 결국 공시만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먹튀 기업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먼저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이다. 둘째,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개발권을 따낸다. 2007년 이후 이뤄진 자원개발 공시 중 국내 자원개발 공시는 단 한 건이다. 해외도 파푸아뉴기니·카자흐스탄 등 일반인들에게 낯선 신흥국이 주를 이룬다. 관련 공시의 82%가 신흥국에 집중돼 있다. 해당 국가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관련 정보가 적어 국내 투자자들을 속이기 쉽기 때문이다.



 셋째, 주로 자회사의 이름을 빌린다. 각종 조회공시 의무가 까다로운 모회사와 달리 계열사는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점을 노렸다. 2008년 우수씨엔에스는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자회사를 뒀다. 그리고 이 자회사를 통해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개발 및 유통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뒤 우수씨엔에스는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증시에서 퇴출됐다.



넷째, 자원개발 자체가 본업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인 7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겨 전 대표가 구속기소된 글로웍스가 대표적인 예다. 글로웍스의 예전 이름은 벅스인터랙티브. 국내 음원시장을 대표하던 온라인 음원업체였다. 북한과의 산학협력, 카자흐스탄 국민주택보급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시키다가 자원 개발에까지 손을 댔다. 글로웍스의 전 대표는 2009년 몽골 금광업체 지분을 인수하면서 매출액과 매장량을 부풀리는 식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려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다섯째, 과거에는 유전·가스전이 주였다면 요즘은 금광·구리·아연 같은 광물로 ‘메뉴’가 이동하고 있다. 유전·가스전 관련 종목들이 성과를 거둔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증시 반응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오영탁 공시팀장은 “자원개발의 성공 확률은 로또에 비견될 정도로 낮고, 수익이 창출될 때까지 시간도 수년 이상 걸린다”며 “하지만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이런 사소한 공시에도 주가가 급등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용두사미형’ 부실공시를 예방하기 위해 자원개발 공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우선 개발 절차상 필요한 국내 관계기관 인허가, 컨소시엄 참여와 자원보유국 인허가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최초 공시 후 진행 사항을 주기적으로 밝히게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자원개발주가 난립하고 있지만 80~90%가 거짓이라고 보면 된다”며 “자원개발엔 대규모 초기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이를 감당할 만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반드시 체크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뻥 공시’ 5대 특징



① 작은 코스닥 기업

② 낯선 신흥국서 개발

③ 자회사 명의로

④ 자원개발은 부업

⑤ 금·구리가 단골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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