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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가늘고 쉰 목소리 … 성대 보톡스 들어보셨나요

#중국동포 진영희(가명·26)씨는 4년 전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결혼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문제였다. 평소에는 가성을 써서 여자 목소리를 냈지만 술을 마실 때나 피곤할 때, 아침에 일어나 목이 잠길 때는 여지없이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히 진씨는 한 달 전 한국에서 목소리 성형수술을 받고 ‘완전한 여자’로 태어날 수 있었다.

#중견 자동차 부품 회사를 운영하는 김동만(가명·60) 회장은 6개월 전부터 목소리 치료를 받고 있다. 회의를 주재하거나 연설을 할 때 음이탈(일명 삑사리) 현상이 나고 목소리가 갈라져 ‘회장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소리가 떨리는 증상도 나타났다. 간부들이 웃음을 참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려 결국 목소리 전문 클리닉을 찾았다. 김씨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성대구증(성대에 작은 홈이 패는 질환)’이었고 하나는 경련증이었다. 작은 홈을 메우는 간단한 수술과 정기적인 보톡스 주사로 지금은 목소리가 새거나 떨리는 증상이 없어졌다.

노래방 자주 가는 청소년, 성대 학대하는 셈




80Hz 정도의 낮은 목소리와 3000Hz 이상의 높은 목소리는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경외감이나 감동을 느끼게 한다. 최근 수술·시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로 성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목소리도 성형하는 시대가 됐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목 질환을 가진 사람은 약 50만 명. 이 중 목소리 질환자는 5만 명가량이다. 성전환자나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소리를 떠는 사람, 목소리가 가는 남자, 굵은 남자 목소리를 내는 여성, 목소리가 새는 사람 등이 대상이다. 목을 많이 써서 소리가 거친 교사·정치인·목회자·성악가·가수·아나운서도 주요 ‘고객’이다.

 사춘기 아이들도 주요 치료 대상이다.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특히 남자는 사춘기 때 후두 뼈(연골)와 성대가 급격히 자란다. 그러면서 언어와 발성을 담당하는 뇌의 중추가 갑자기 변한 성대에 적응한다. 이때 무리한 발성을 하거나 과도하게 목을 사용하면 평생 원치 않는 목소리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잘 가는 노래방이 변성기 목소리에는 독”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이런 질환이 있어도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굳이 치료를 해도 흉터도 많이 남고, 효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로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미경·내시경의 발달과 보톡스의 보급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강북삼성병원 이비인후과 진성민 교수는 “예전에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었던 목소리 치료가 진단치료 기구와 주사제 등으로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상황도 한몫했다. 김형태 원장은 “최근 우리 병원만 해도 매년 20~30%씩 환자가 늘고 있다. 목소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목소리 수술이 늘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도 늘었다. 김 원장은 “우리 의료진이 2000년대 이후 새로운 기술 개발·보급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국이 목소리 치료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송이비인후과의 경우 매년 외국인 환자가 200%씩 증가하고 있다.

중저음대 목소리, 가장 신뢰감 느끼게 해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일까. 진성민 교수는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이 좋은 옷이듯 목소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예컨대 쇼핑호스트가 저음을 내거나 목회자가 ‘솔’ 톤의 가는 목소리로 얘기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듯 직업과 상황에 맞아야 좋은 목소리라는 것이다.

 CEO는 낮은 톤의 목소리가 좋다. 김형태 원장은 “80Hz정도의 낮은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림빅’이라는 뇌 부분을 자극해 경외감·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사자·호랑이의 울음소리, 파이프오르간의 소리 등이 이 주파수 대다. 보통 남성은 100~150Hz 대의 목소리 톤을 쓰는데, 이보다 조금 낮은 80Hz로 연설하면 의외의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맨·판매원 등 상대방을 설득하는 직업은 중저음대가 좋다. 남성은 90~100 Hz, 여성은 190~200 Hz(여성 평균은 200~250 Hz)가 알맞다. 김 원장은 “여러 연구 결과, 중저음 주파수대가 듣는 사람에게 가장 안정감과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이성에게 호감을 주는 주파수대는 조금 다르다. 김 원장은 “남성은 여성의 애교 섞인 높은 톤, 여성은 남성의 중저음을 들었을 때 뇌의 감정 중추가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중저음에 더 반응한다”고 말했다.

근육 이완 주사 맞으면 원하는 소리 나와

직업이나 지위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는 음색에 여러 주파수가 들어간다. 이런 목소리는 화음이 풍부하다. 아나운서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일반인과 아나운서가 똑같이 같은 높이의 음으로 ‘아~’하는 소리를 내면 일반인은 많아야 3개 정도(200Hz·1200Hz·2000Hz)의 주파수를 낸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주파수는 4~5개나 된다”고 말했다. 주파수대가 많을수록 화음이 풍부하고, 화음이 풍부한 목소리가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다.

 남성 중저음의 핵심은 성대 근육의 ‘이완’ 여부다. 평소 목젖 주변 마사지를 자주하고 ‘마마마, 네이네이네이’ 등의 발음을 반복적으로 노래하듯 하면 좋다. 하지만 후두·성대의 길이와 근육의 생김새가 모두 달라 모든 사람이 연습으로 낮은 음을 낼 수는 없다. 자기 음역대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를 원한다면 성대 근육을 이완시키는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중저음을 내기 쉬운 반면 이성에게 매력 있는 높은 음을 내기가 힘들다. 진 교수는 “여성은 보통 역류성 후두염, 성대폴립 등 기저질환이 있어 높은 음을 못 낸다”며 “이런 질환을 없애면 애교 있고 낭랑한 목소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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