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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자’ 우아한 절제미…영국 왕족·귀족들 반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한 ‘우리 옷-배자’ 전시회 개막식에서 벽면에 내걸린 배자를 감상한 참석자들이 환담하고 있다. 왼쪽 수염 기른 남성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마이클 왕자, 그 오른쪽 옆이 전시를 기획한 신연균 아름지기재단 이사장. [런던=이상언 특파원]

점잖은 영국인들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10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옛 의복 ‘배자’ 전시회 개막식은 복식 전통이 긴 유럽 본바닥 사람들을 놀라게 한 자리였다. 현대적인 단순함에 자연이 배어든 색감, 우아하게 흘러내리는 선으로 이뤄진 조끼 형태의 한복 배자는 단박에 이국인들 눈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아름지기재단(이사장 신연균) 기획으로 마련된 ‘우리 옷-배자’전에는 한복 장인들이 만든 전통 배자, 신진 디자이너들이 만든 현대식 배자, 그리고 디자이너 진태옥씨가 만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배자 등 50여 종이 선보였다.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 면면이 이번 전시에 쏠린 영국 사회의 관심을 드러내주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마이클 왕자(Prince Michael of Kent·69), 마크 존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관장, 로더미어(한국명 이정선·62) 자작부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 캐피털’ 회장, 잔 스튜어트 대영박물관 아시아 컬렉션 담당, 로데릭 위트필드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 스쿨(SOAS) 명예교수 등이 함께 했다.

한국 관련 행사에 영국의 왕족과 귀족, 재계와 학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드문 일이다. 추규호 주영 한국대사와 워릭 모리스 전 주한 영국대사(한·영 친선협회 회장) 등을 포함해 개막식 참석자는 150여 명이었다.

 마이클 왕자는 영국 왕 조지 5세의 손자로 영국 내에서 전통 문화와 관련된 여러 박물관을 후원하고 있다. 로더미어 자작부인은 영국 미디어 그룹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의 주요 주주다. 재일동포 2세로서 영국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

 전시장을 둘러 본 마이클 왕자는 “이렇게 아름다운 조끼에 받쳐 입는 바지는 어떤 형태였느냐”며 한복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전통미가 담긴 의상들이 영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존스 관장은 “한국에 이처럼 특색 있고 독창적인 전통 복장이 있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예술사 전문가인 위트필드 명예교수는 “중국에도 유사한 복장이 있지만 형태와 색감이 크게 다르다. 한국 고유의 이 조끼들이 훨씬 더 현대적 디자인 감각에 맞는다는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 전시를 공동 기획한 조효숙(경원대 의상학과) 교수는 “중국의 배자는 소재·형태·무늬 면에서 화려하고 일본의 배자는 정형화된 감각미를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의 우아한 절제미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식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배자에 “심플하면서도 우아하다”는 평을 내놓았다. 전시는 21일까지 이어진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배자(褙子)=소매가 없거나 짧은 전통 상의. 일본어에서 유래한 명칭인 ‘조끼’와 유사한 형태로 흔히 저고리 위에 덧입는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등장하며 『삼국사기』에도 관련 기록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착용자의 신분과 용도에 따라 답호·전복·쾌자·등거리 등으로 구분해 불렀다. 승마와 사냥에 불편이 없도록 소매가 없는 웃옷을 입었던 북방계 기마민족의 복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름지기재단=한국 전통문화의 보존과 창조적 계승, 현대적 활용을 위한 문화 사업을 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 2001년 설립된 뒤 궁궐 안내판 디자인 개선 사업, 정자나무 주변 가꾸기,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전통 의·식·주 전시회, 한옥에서 우리 음악 듣기 등을 해왔다. 서울 안국동과 경남 함양에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을 보존·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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