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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K-리그 관전기] 선두 다투는 황선홍 “축구는 예의고 믿음이다”




황선홍 감독이 11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스틸러스는 최순호, 홍명보, 황선홍을 배출한 명문구단. 대한민국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 K-리그 구단 최초로 클럽하우스를 건립했다. 리그 우승을 몇 번 했는가 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훌륭한 축구 환경을 조성한 선견지명을 나는 더 높게 사고 싶다. 내가 포항에 특히 관심이 가는 이유는 황선홍 감독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과거. 그가 없었다면 월드컵 4강은 힘들었으리.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골문을 열었기에 그 뒤의 경기가 술술 풀렸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 후반에 그가 투입되며 동점골이 나왔고, 수비수의 발 밑으로 찬 땅볼 프리킥은 비록 골이 되지는 못했지만 상대 수비의 허점을 찌른 매우 독창적인, 지능적인 슛이었다. 2002년 7월. 어느 잡지의 요청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막 벗은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자정이 넘게 이어지던 웃음꽃이 만발한 대화였다. 그는 축구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 있었고, 언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재기가 넘쳤고, 따뜻한 아버지였고,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인간이었다. 훈훈한 여름밤의 환담 뒤에 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우리의 현재.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올해 화끈한 공격 추구를 선보이며 K-리그 선두를 다투고 있다. 11일 포항과 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황 감독과 마주 앉았다.

 -유럽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으며 배운 교훈이 있다면?

 “첫 번째 볼 터치가 중요하다. 현대 축구의 흐름이 점유율이냐 속도냐 둘 중 하나인데, 두 가지를 접목시키기가 어렵다. 우리는 속도에 치중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지 않나.”

 -선수보다 감독이 패배를 받아들이기가 더 쉬운가, 더 어려운가?

 “선수일 때 오히려 감정 조절이 안 되었다. 지면 분하고….”

 -5월 15일 포항과 전북의 경기에서 후반에 3대2로 짜릿한 역전승했다. 전반전 끝나고 선수들에게 무슨 이야기했나?

 “(선수들에게) 질책보다 팬들의 응원에 대해 예의를 지켜라, 지고 있다고 균형을 다 무너뜨리지 말고 우리가 준비했던 플레이를 하자고 말했다.”

 -존경하는 감독은?

 “히딩크 감독님이다. 축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일깨워주셨다.”

 -포항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축구는?

 “‘스틸러스 웨이’ 정신이 있다. 아주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상대팀에게 동료의식을 가지고, 축구다운 축구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기를 원한다.”

 -현재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 한 명을 포항이 데려온다면?

 “박지성의 팀에 대한 헌신, 축구에 대한 열정이 후배들에게 좋은 기준이 될 것 같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은퇴하면서 언론에 대표팀 감독이 꿈이라 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되었다. 현재의 꿈은 클럽월드컵에 나가는 것.”

 -승부조작을 막으려면?

 “지도자가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한테 부탁하고 싶은 건 ‘의식’이다. 신뢰가 깨지면 팀이 와해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혼잡한 전철 안. 내 앞에 어떤 아이가 서 있었다. “너, 축구장 가지?” “네.” 종암초교 6학년. FC서울 리틀 축구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깡마른 그 아이는 내가 만난 가장 어린 독자였다. 신문에 내가 쓴 축구 기사를 읽었다며, 누구누구를 다 만나 얼마나 좋겠느냐며 부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포항 팬인데. 우리 둘 중 하나는 오늘 울겠네.” 계단을 올라가며 내가 농담을 던지자 “비기면 좋겠어요.” 그래, 그러면 좋겠다. 어리고 선한 마음씨 앞에서 내가 부끄러웠다.

 매표소 앞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열기가 대단했다. 아이는 부모님과 약속 장소인 CGV로 들어가고, 나는 기자석을 찾아가 앉았다. 빠르고 수준 높은 시합이었다. 포항은 패스가 매우 세밀하며 역동적이었고, 서울은 측면 침투가 무서웠다. 포항선수들이 계속 운동장에 넘어지는데도 심판이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1대1 무승부. 그 아이의 소원대로 누구도 지지는 않았으니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최영미 시인·본지 객원기자


◆프로축구 전적(11일·왼쪽이 홈)

▶제주 3-2 수원 ▶대구 1-1 대전

▶전북 2-0 경남 ▶강원 1-0 부산

▶광주 2-0 성남 ▶상주 1-2 울산

▶인천 1-1 전남 ▶서울 1-1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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