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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지구 뒤꼍의 거인

지구 뒤꼍의 거인 - 최동호(1948~ )


어린 시절 우주에 거인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다

지구를 공깃돌처럼 가지고 놀거나

태양을 한 점 불쏘시개로 여기는 거인이

지구의 뒤꼍 우리 집

장독 감나무 옆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줌 흙이나

바람에 날려 보이지 않는 먼지 속에는 지금도

우주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거인이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와 함께 장독대 옆 감나무 잎을 반짝이게 하고

메주 덩어리 곰팡이를 발효시키는 바람의 씨앗을 키우며 살고 있을 것이다


유년은 누구에게나 신화의 시대다. 신화란 게 우주의 모든 현상을 소꿉놀이로 치환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짠 것은 누가 소금 나오는 맷돌을 빠뜨렸기 때문이고, 지구가 공전하는 것은 누가 홈 파인 원반 위에서 지구를 굴렸기 때문이다. 태양이 불타는 것도 방금 말한 그이가 저지른 불장난 탓이다. 어린 내게는 장독대 너머가 우주의 끝이었다. 바로 거기에 지구를 굴리고 태양을 불붙인 그이가 살았다. 때가 되면 감나무 잎을 반질반질하게 닦고 메주를 익히던 그이가. 그분의 이름은 “외할머니”다. 혹은 외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이기도 했다. 그분은 자신을 부분집합으로 포함한 전체다.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이자 시인의 외할머니인 바로 그분께서 세상을 떠난 후에 장독대 옆으로 거처를 옮기셨구나. 거기서 지금도 손주를 바라보고 계시는구나. <권혁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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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