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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뽀느님 뵙더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호기심 많고 직접 행동해야 직성이 풀리는 개구쟁이 펭귄 ‘뽀로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는 신드롬이자 문화현상이다. 펭귄·공룡·여우 등 다양한 동물 캐릭터가 하얀 눈으로 덮인 숲 속 마을에서 펼치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어찌 보면 평범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이돌을 보는 소녀팬처럼 열광한다. ‘뽀느님(뽀로로+하느님)’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이라는 말도 있다. 뽀로로의 인기는 어린이 놀이동산의 행보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이달 초 3D영화와 공연을 볼 수 있는 ‘뽀로로 3D 어드벤처’ 전용관을 만들었다. 에버랜드가 외부 캐릭터를 위해 전용관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4월엔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 1400㎡ 크기의 ‘뽀로로 파크’가 만들어졌다. 전문가 분석을 통해 뽀로로의 매력과 아이를 키우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봤다.

글=이정봉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도움말: 총신대 유아교육과 정대현 교수,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조부경 교수, 경성대 유아교육과 이연승 교수,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뽀로로 제작사) 김지영 PD


인기 비결은 2등신 동물과 눈 덮인 마을




커다란 덩치만큼 마음이 넓은 착한 백곰 ‘포비’.

전문가들은 뽀로로의 매력을 ▶캐릭터 ▶시각효과 ▶스토리 등 세 부분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 캐릭터. 유아들은 뽀로로의 캐릭터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친밀함을 느낀다. 주인공 뽀로로는 비행기 조종사용 모자와 고글을 쓴 펭귄이다. 정 교수는 “이미 캐릭터로 자주 활용된 토끼·강아지·고양이가 아니라서 호기심을 유발한다”며 “또 펭귄의 걸음걸이와 체형이 유아와 비슷해 자기동일시가 더 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는 사람보다 동물에 더 쉽게 동일시가 일어난다. 김지영 PD는 “뽀로로는 2002년 기획 단계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들고 어린이집·유치원 등을 찾아가 유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또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2등신인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조부경 교수는 “뽀로로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2등신으로 유아의 체형과 비슷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얼굴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표정을 잘 살릴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둘째 시각효과. 뽀로로는 잘 만들어진 그림책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연승 교수는 “유아는 삽화 속에 담긴 의미를 날카롭게 읽어낸다”며 “좋은 그림책은 삽화 배경의 구석구석까지 세부적이고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말했다. 뽀로로 역시 정확한 세부 묘사로 현실감을 불어넣는다는 말이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는 한눈에 척 봐도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가능성’덕에 아이들이 더 쉽게 빠져든다. 음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유쾌한 벌새 ‘해리’(가장 왼쪽부터). 영리한 발명가인 똑똑한 여우 ‘에디’ 귀여운 외모지만 털털한 성격의 명랑한 펭귄 ‘패티’.

뽀로로의 숨겨진 매력은 바로 배경인 눈 덮인 숲 속 마을이다. 정 교수는 “아이들은 눈에 본능적으로 매혹된다”며 “설원의 환상적 분위기에 애들이 깊이 빠져든다”고 말했다. 또 배경이 하얀색으로 단순화되면서 유아들이 다른 물체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고, 등장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스크린 역할도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 뽀로로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얘기를 다룬다. 뽀로로·크롱이 장난을 치다 실수를 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를 수습한 뒤 화해한다는 내용이 거의 매 에피소드에서 반복된다. 정 교수는 “스키를 타는 장면 등 유아들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내용도 나와 이질감을 줄 수도 있지만 이를 일상적 스토리가 주는 친밀함으로 극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아들은 아직 단기 기억력이 발달하지 않아 에피소드마다 이야기가 반복돼도 흥미를 갖지만 지나치면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뽀로로는 이를 에피소드의 주인공을 매번 바꾸는 식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뽀로로에는 부모 역할을 하는 성인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수평적인 관계의 친구들이다. 유아기는 부모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 또래에게로 관계가 확장되는 시기다. 이때 가족이나 어른의 제재 없이 또래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노는 스토리에 자기동일시가 더 쉽게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아이와 대화할 땐 뽀로로처럼 해보세요




뽀로로가 나타나면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7일 용인 에버랜드 ‘뽀로로 3D 어드벤처’ 전용관 앞.

뽀로로의 매력은 유아교육과 육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뽀로로는 기본 생활습관과 사회성 발달에 적합한 ‘학습 교재’도 되기 때문이다.

뽀로로의 친구들은 문제가 생기면 어른의 도움 없이 자기들끼리 도우며 해결한다. 이연승 교수는 “유아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며 “야단을 치고 당장 바로잡기보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 실수가 반복되거나 자신의 잘못이 뭔지 모르는 경우는 부모가 나서서 바로잡는 게 좋다.

또 뽀로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친구들의 표현과 표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은 직관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 사람이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는구나’ ‘화가 났구나’는 것을 대번에 알아챈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눈을 맞추고 풍부한 표정으로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말을 더 잘 듣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캐릭터의 말을 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인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라고 위압적으로 명령하기보다 손인형 등을 사용해 캐릭터가 말하는 것처럼 흉내내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뽀로로 손인형을 만들어 “이렇게 했더니 안 좋았어”라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면 된다. “뽀로로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넌지시 암시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뽀로로가 좋은 학습 교재이긴 하지만 부모가 함께 시청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교재라도 미흡한 부분이 있고, 부모가 이를 즉시 바로잡지 않으면 아이들은 그대로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TV 애니메이션은 중독성이 강한 매체다. 아이들이 몰입해서 보면 사고력이 약해질 수 있다. 부모가 함께 보며 적극적인 피드백을 해주면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구분해 인지할 줄 알게 된다.


뽀로로는 친구 사귀기 교과서

뽀로로의 줄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친구와의 우정이 돈독해지는 과정이다. 유아에게는 ‘친구 사귀는 법’에 대한 강의와 같다. 지난해 학술잡지 ‘어린이미디어연구’에 뽀로로의 우정형성요인과 과정에 관한 논문(총신대 유아교육과 정대현 교수팀)이 실리기도 했다. 이 논문을 토대로 유아들의 친구 사귀는 법을 알아봤다.

뽀로로가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친구와 어울리거나 도우며 친해지고, 장난을 치거나 이기적 행동으로 갈등을 겪다가 다시 친구의 도움이나 이해를 통해 우정이 돈독해진다. 특히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신이 실수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사과하는 부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에 우정을 형성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경우, 이후 사회 생활을 하는데 치유하기 힘든 성격상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과하는 법, 함께 노는 법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저절로 얻을 수 있는 ‘본능의 영역’이 아니라 배워야만 아는 ‘학습의 영역’이다. 유아들은 친구들과 무슨 말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언제 친구를 칭찬해 줘야 할지를 잘 모르므로 이를 가르쳐야 한다. 특히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일상에서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뽀로로 시즌1의 ‘괜찮아, 괜찮아’ 편이 그 실마리다. 이 에피소드에서 뽀로로는 포비가 소중하게 여기는 카메라를 갖고 놀다가 실수로 망가뜨린다. 포비는 이를 알고 속이 상했지만 뽀로로가 실수로 그랬다는 걸 알기에 ‘휴’하고 한숨만 쉬고 만다. 그러나 뽀로로는 친구들과 포비의 카메라를 고쳐와서 사진을 함께 찍으며 상황을 해결한다. 이를 보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실수에 대해 책임감있게 대처하고 다른 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뽀로로의 에피소드는 전체에 걸쳐 이런 상황을 다루기 때문에 부모가 함께 보며 지도하는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연승 교수는 “아이는 감동을 통해 배우는 존재여서 스스로 깨닫게 두고 필요할 때 피드백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뽀로로의 등장인물들은 갈등 상황에서 생겨나는 불안함ㆍ두려움을 친구의 도움으로만 극복한다. 정대현 교수는 “뽀로로의 위기ㆍ갈등 해결 과정이 모두 바람직하지는 않으므로 부모가 부족한 부분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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