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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식 물가잡기 ‘하이로드’…최소 규제로 자율상생 ‘높은 길’





지난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이 밤 늦게까지 집회를 열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반값 등록금 요구와 함께 최근의 물가 폭등에도 항의했다. 경제 문제인 물가가 뜨거운 정치 현안이 된 것이다. 새 경제팀도 물가의 위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등록금 시위가 벌어졌던 10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박 장관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관계부처들이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관계부처가 모두 ‘물가당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도 그럴 만하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박 장관도 지난달 인사 청문회에서 “(올해 정부 목표치인) 3% 선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 장관은 2일 취임사에서 “물가 상승 압력에는 시장 친화적이면서 창의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취임 전후 두 가지 큰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최적소비과세 이론인 ‘콜렛-헤이그 규칙’이다. 사회적 효율성과 공평성을 최적화하려면 노동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낮은 세율을, 레저와 관련됐으면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더 많이 일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유인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이미 시행 중인 출퇴근 시간대 할인제도를 확대 개편해 평일 출퇴근 시간대의 요금은 깎아주는 반면 주말과 공휴일 요금은 지금보다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2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콜렛-헤이그 규칙을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공공요금 책정에 적용하겠다는 것이지 모든 정책에 이 규칙을 적용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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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하이 로드(high road)’ 접근법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윤리와 정신을 강조하는 ‘하이 로드’와 법과 규정에 따라 적발과 처벌을 강조하는 ‘로 로드(low road)’를 나눴다. “예컨대 일본·미국 등과 같이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곳에서는 일단 제도화 쪽에 무게를 두고 덴마크·네덜란드와 같은 ‘하이 로드’ 나라에서는 선의와 도덕성 그리고 자율적인 규제를 중시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성악설보다는 문화적인 원류가 성선설을 믿는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가 취임사에서 “진정성에서 우러나는 ‘높은 길’(high road)에 입각해 자율적인 상생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마지못해 따르는 ‘낮은 길’(low road)은 오래가기 어렵고 둘러가는 편법도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장관의 콜렛-헤이그 규칙이나 하이 로드 접근법에는 시장 참여자의 팔을 비트는 물가 정책 대신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시장 친화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주알 고주알식 규제나 강제보다는 높은 길로 이끄는 필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유지·보완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틀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사실 당장 효험이 있는 물가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물가는 가격변수이고 결국 모든 경제정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경제의 기초체력과 경제구조를 잘 다듬어야 좋은 성적(물가 안정)을 낼 수 있다. 박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그가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의 앞에는 반값 시위대, 이들 옆에서 표 계산에 바쁜 정치권, 그리고 물가 불안으로 인한 소란 자체가 싫은 청와대가 있다.

서경호 기자


◆콜렛-헤이그 규칙(Corllet&Hague Rule)=여가와 관련된 세금은 높게 매기고 노동과 관련된 세금은 낮춰주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론. 박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콜렛-헤이그 규칙을 적용해 평일에는 유료 고속도로 통행료를 절반만 받자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이로드(high road)=시스템만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을 로 로드의 사회라고 하고, 시스템에 혼과 철학을 불어넣어 사람들의 열정이 충만한 사회를 하이 로드(high load)라 부른다. 컬럼비아대 휘트 포드 교수는 하이 로드 세계는 높은 몰입도를 바탕으로 상호의존적 상생적 협력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신뢰적 사회자본을 증가시킨다고 했다.


박재완 장관의 물가 관련 말말말

▶ “물가 상승 압력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해 구조적인 인플레로 고착되지 않도록 저가항공처럼 시장 친화적이면서 창의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강구하겠다.”(5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

▶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 물가 상승 압력에는 시장 친화적이면서 창의적인 대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6월 2일 취임사)

▶ "(가장 부담스러운 건) 물가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걱정이 많이 된다.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제약이 있고, 기름값 같은 건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6월 8일 기자간담회)

▶ "그동안 물가상승이 주로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 데 이어 최근 가공식품과 서비스요금 등 수요 측 요인으로 이미 전환되고 있어 당분간 물가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6월 10일 물가 관계장관 회의)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박재완
(朴宰完)
[現] 기획재정부 장관(제3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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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