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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혁명을 위한 식량




헤럴드 제임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국제관계·역사학


국제회의는 회의가 열리는 장소에 따라 어느 정도 그 성격이 규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이 공룡 화석처럼 낯설게 여겨지던 1933년에 한 국제경제회의가 화석이 전시된 런던 켄싱턴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개최됐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비슷한 시각에서 지난달 26~27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프랑스 도빌에서 열린 것은 적절치 못했다. 도빌은 상류층의 사치와 과소비, 호화로운 연회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G8 회의에선 인터넷의 경제적 효과와 같이 흥미롭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이슈를 다뤘다. 불행하게도 식량의 안정화와 같은 중요 이슈가 뒤로 밀린 것이다. 식량 문제는 국제사회가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는 다양한 경제 이슈들과 곧바로 연결돼 있다. 지금의 국제 경제 상황은 얼핏 보기에 탄탄해 보이지만 경제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은 쉽게 깨지기 쉬운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통화정책은 국제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미국의 저금리를 활용, 달러로 싸게 자금을 조달해 주요 신흥시장 국가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브라질·중국·터키 등 신흥시장 국가들은 해결 불가능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국내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안정을 꾀하려 하면 오히려 더 많은 해외 자본이 유입된다. 자국통화가치를 올리면 무분별한 해외 자본 유입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자국의 수출업자들이 망하고 국내 실업률이 올라간다. 이에 신흥시장 국가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때문에 자국의 인플레이션, 사회 불안, 정치 불안이 발생한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식량 가격 상승으로 많은 지역에서 경작지가 확대됐다. 브라질·러시아·중국뿐 아니라 알제리·이집트·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10년 사이 식량 생산이 극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높은 식량 가격은 동시에 공급 문제, 특히 도시 거주자들의 생활 수준 저하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압박도 유발했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식량 가격 상승은 역사적으로 정치 혁명의 방아쇠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프랑스·러시아·중국 등에서 발생한 근대 혁명은 모두 식료품 부족, 굶주림에 대한 공포, 식품 가격 상승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식량 가격은 한 국가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운동 확산 역시 식량 가격 상승이 방아쇠로 작용했다.

 이집트와 튀니지의 경제는 최근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해 왔지만 국민들은 식량 구입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이를 그저 ‘아랍의 봄’이라 부르며 특정 지역에 한정된 현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이런 불안정은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 국가의 정치 질서도 약화시킬 것이다.

 최근 세계는 한 국가의 불안이 다른 국가의 불안으로 전염되는 금융위기를 지켜봤다. 다가오는 해, 아니 당장 다음 달이라도 새로운 도미노 현상을 목격할 수도 있다. 앞으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식량 가격을 낮게 유지해 달라는 국민들의 투쟁은 국경을 초월해 국가 체제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

헤럴드 제임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국제관계·역사학
정리=민동기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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