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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팝 유럽 열기, 실력 인정받은 것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대중문화가 삶의 일부가 된 요즘 세대보다는 아무래도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최근 한국 대중음악이 해외에서 선풍적이라는 소식이 혼란스럽다. 외국의 가수들에 우리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것만을 봐온 어른들 입장에서 우리 가수의 해외정복 보도는 낯설 수밖에 없고 솔직히 믿기가 어렵다.

 중국에서 한류가 확산되고 일본에서 우리 걸그룹들이 시장과 차트를 석권했다는 것도 충분히 놀라운데 미국에도 진출하고 영국에 K팝(한국가요) 사이트와 팬 모임이 생겨났으며, 프랑스에서 공항 소동이 발생했다는 소식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거의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이다. 주변의 40~50대 어른들이 의구심을 품은 채 질문한다. “정말 우리 가수들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거예요? 왜 그런 겁니까?”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프랑스 드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 1000여 명의 프랑스인들이 공항에 나와 환호하고 ‘소녀시대’의 ‘지’를 합창한 광경은 결코 가벼이 넘길 게 아닌 일대 충격의 순간이다.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공항의 소동은 유서가 깊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마이클 잭슨과 같은 거대한 대중음악의 아이콘만이 공항에 몰려든 팬들의 소란스러운 영접과 환대를 누린다.

 떼를 지어 나오고 괴성을 지르고 춤을 추는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선 ‘현상’의 시작이다. 아무에게나 이런 일이 있는 게 아니다. 공항에서 프랑스 팬들의 열광적 반응은 K팝의 신드롬, 한국 대중가요 현상의 전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제 음악계가 할 일은 유럽 현지에서 섬세하고 체계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이 흐름을 지속 확산시키는 것이다. 당장은 트위터와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덕분에 자생적으로 한류 팬 층이 형성되었지만 차후엔 어떻게 정착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K팝의 유럽 진출은 뜻깊다. 흔히 한류의 최종 귀착점을 미국이라고 하지만 문화종사자들은 미국보다 유럽 진출이 더 어렵고 까다롭다고 판단한다. 풍부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각국들은 콘텐트의 신선도와 질적 파괴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타국의 대중문화 수용에 배타적인 면을 드러낸다.

 과거 1960년대 초반 미국이 로큰롤을 가지고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할 때 가장 역점을 둔 곳이 유럽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이 영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을 때 영국의 일각에서는 이것을 ‘미국의 음모’라고 몰아붙이며 저질의 미국 대중음악이 고매한 영국의 문화를 더럽히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그걸로 게임은 끝이었다. 어떤 이데올로기와도 분리된 채 자유로운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성공의 깃대를 꽂은 것이다. 젊음은 미국의 로큰롤에 홀려 너도나도 그 매력에 포섭되어 버렸다.

 K팝 신드롬도 무궁한 매력에 기인한다. 우리 아이돌 가수들의 다이내믹한 춤, 노래 실력, 그리고 빼어난 비주얼을 유럽의 문화강국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중국·일본의 가수도 아니고, 이제껏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한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월한 무대 기량과 콘텐트에 경기(驚氣) 들렸다고 할까. 소프트 파워로 볼 때 극동의 한국이란 명함은 이제 약점이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더 참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점이다.

 비틀스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그 강도가 침공에 가깝다는 뜻에서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곧 ‘코리안 인베이전’이 시사용어로 회자될 판이다. 도도한 한국 대중가요의 기세가 여전히 미심쩍은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답한다. “이 열풍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우리 음악이 원래 뛰어나고 또 성실하게 실력을 쌓아왔어요.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다가 비로소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따름입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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