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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지난 자리…돼지 삼겹살값 65% 오르고, 한우 등심값 44% 내렸다




전북 진안군의 한 종돈장에서 종돈장 직원인 김성덕(74)씨가 새끼돼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전북 진안군의 한 종돈장. 7만2600㎡(약 2만2000평) 규모의 종돈장은 어미돼지 550마리를 포함해 6100여 마리의 돼지 울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이곳처럼 새끼돼지를 낳아 이를 인근 양돈농가로 보내는 종돈장들은 요즘 시쳇말로 ‘상한가’다. ‘돼지고기 값이 금값’이란 말처럼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진장축산농협 김동구(53) 상무는 “최근 돼지 값이 크게 오르면서 양돈농가의 수입이 두 배 이상 뛰어오른 것으로 안다”며 “우리 종돈장도 이미 연말까지 공급물량이 모두 예약된 상태여서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새끼돼지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전혀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돼지 값이 좋다 보니 돼지를 키우겠다며 도시에서 시골로 오는 귀농자가 늘어난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청보리목장에서 목장주 유경환(왼쪽·54)씨와 이마트 문주석 바이어가 대화하고 있다.

같은 날 전남 영광군 법성면의 청보리목장. 이 목장에선 4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운다. 축사 뒤편으로 사료를 만드는 기계가 보였다. 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었지만 목장주인 유경환(54)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유씨는 “소 한 마리당 하루 평균 12㎏씩 사료를 먹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사료 값을 아끼기 위해 직접 사료를 만들기도 한다”며 “구제역 때문에 한우 이미지가 나빠져 쇠고기가 안 팔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 키우는 사람은 부자란 얘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라며 “소 한 마리 키우는 데 250만원은 족히 들기 때문에 등급이 낮아 제값을 받지 못할 소는 아예 키우지 않는 게 낫다”며 한숨을 쉬었다.

 구제역의 여파로 축산농가 간 희비가 갈리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돼지를 키우면 외제차를 타고, 소를 키우면 사료 값 대기도 바쁘다”는 얘기까지 돈다.

 돼지 값 폭등의 원인은 지난해 구제역 여파로 공급량이 줄어서다. 지난해 3월 980만 마리였던 돼지 사육 두수는 올 3월 650만 마리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6월 1380원(100g·이마트 판매가격 기준)이던 삼겹살은 올 6월 현재 2280원으로 65.2%나 뛰어올랐다. 1년 전 마리당 7만~8만원 선에 거래되던 새끼돼지는 30만원 넘는 값에 거래된다. 일부 양돈농가는 돼지 체중 불리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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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문주석 바이어는 “보통 110㎏ 선에 출하되던 것들이 125㎏까지 몸을 불려 나오기도 한다”며 “이런 고기는 비계가 많아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무진장축산농협의 김 상무는 “보통 어미돼지 한 마리당 7번 정도 새끼를 낳은 뒤 도축하는데, 요즘은 8~9회까지 분만토록 하는 농가도 있다”고 전했다.

 돼지고기를 도축·가공해 이를 유통업체에 넘기는 육가공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공급량이 부족해 일감이 20~30%가량 줄어든 데다 돼지 값이 올라도 납품가격은 올려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협장수군연합사업단 이동열(46) 단장은 “올 들어 4000마리를 가공·납품해 2억원가량 적자를 봤다”며 “이 상태로라면 중소형 육가공업체 중 상당수가 여름 이전에 문을 닫을 판”이라고 말했다.

 삼겹살과 달리 한우 값은 연일 폭락세다. 구제역 발생 직전 600만원 선(600㎏·거세 수소 기준)까지 갔던 한우는 현재 360만~400만원 선에 팔린다. 지난해 8250원(100g·이마트 판매가격 기준)이던 1등급 한우 등심은 1년 새 44.2% 떨어진 4600원이 됐다. 반면 사료 값은 최근 20~30%가량 오르면서 “소 키워 봐야 사료 값도 안 나온다”는 푸념이 나온다. 목장주인인 유씨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마트와 직거래 관계를 맺고 있어 경매시장에서 소를 팔 때보다 10~20%가량 값을 더 받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한우 사육 두수는 310만 마리가량으로 적정 사육 두수인 240만~250만 마리를 크게 넘어섰다. 구제역으로 도축된 한우 수는 15만 마리 정도에 그친다. 반면 국산 쇠고기를 꺼리는 소비자는 크게 늘었다.

 양돈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산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서 수입산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어서다. 쇠고기와 달리 품질도 국내산과 큰 차이가 없다. 유통업계에선 “돼지고기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입산을 먹어 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도 내다본다. 실제로 이마트의 경우 올 1~5월 국산 돈육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줄어든 반면 수입산 매출은 무려 945.9%나 늘었다. 지난해 1%가 채 안 됐던 시장점유율은 최근 20%로 올라섰다. 이마트 문 바이어는 “돼지 생육기간이 180일 정도인 데다 본격적으로 수입육을 들여오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돼지고기 값은 앞으로 1년 이상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자체 조사 결과 삼겹살의 심리적 저항선은 100g당 1300원 정도인데, 이미 선을 넘은 지 오래됐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소비자들이 수입산으로 옮겨 가 장기적으로 국내 양돈 기반까지 흔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안(전북)·영광(전남)=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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