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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천상의 박정희, 지상의 박지만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박지만은 인생의 격렬한 변조(變調)를 겪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북 테러리스트의 마탄(魔彈)이 어머니의 머리를 관통했다. 육군사관학교 3학년 때는 정보부장의 흉탄이 아버지의 가슴을 뚫었다. 지만은 16세와 21세였다. 같은 일을 겪었지만 큰누나(박근혜)는 그래도 여섯 살이 많았다. 한창때의 청년에게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신분도 거북한 굴레였다. 육사생도 시절 박지만은 주말 외출을 나오면 청와대가 아니라 나이트클럽으로 직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부하 Q씨는 “대통령이 울면서 아들의 종아리를 때린 적도 있다”고 증언한다.

 1979년 10·26후 근혜·근령·지만 삼 남매는 청와대를 나와 광야로 나섰다. 그곳에선 사람들이 ‘독재자 박정희’를 향해 돌을 던졌다. 박정희에게서 신임을 받고서도 돌을 던진 이도 있었다. 권력자 아버지가 사라진 곳에서 아들의 방황은 시작됐다. 아들은 정상궤도를 찾지 못했다. 취직도 결혼도 하지 않았다. 친구는 적었고 술과 마약이 가까이에 있었다. 박지만은 구치소와 치료시설을 들락날락했다. 방황의 세월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런 아들을 보살핀 건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었다. 박 대통령을 흠모하는 부하와 기업인이 박지만의 방패와 후원자로 나섰다. 판사에게 탄원서를 쓰고 구치소에서 나온 그를 따뜻하게 위로하곤 했다. 김우중 대우 회장은 사업자금을 대주었고 박태준 포철 회장은 제철 관련 사업을 알선해주었다. 이 회사가 지금 시가총액 2000억원이 넘는 ㈜EG다. 90년대 들어 국민의 마음속에서 박정희가 살아났다. 많은 국민이 박지만을 감싸주고 응원했다. 그들은 인내심을 갖고 박지만의 재기(再起)를 기다려주었다. 그가 박정희 아들이 아니라면 이 모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박정희는 천상(天上)에서 아들을 지켰다. 그 아들은 지금 53세가 되었고 그의 누나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남매는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아들이 아버지를 지켜주어야 한다. 박정희는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국민의 가슴에 남아 있다. 존경과 흠모가 김대중·노무현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아버지의 평판에 아들의 처신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박지만은 한 인간이지만 마음대로 자기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우선 역사적으로 인간 박지만 이전에 박정희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박근혜 동생이기 때문이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은 금괴 관련 조세포탈 전과자다. 2007년 기소됐으며 지난해 11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원이 확정됐다. 박지만이 박정희 아들과 박근혜 동생만 아니라면 그가 신삼길과 어울리든 말든 세인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화가 나는 것이며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다.

 서향희 변호사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며느리다. 육 여사는 봉사활동으로 국민들 가슴에 깊은 기억을 남겼다. 육 여사의 며느리라면 그는 남편을 내조하고 박 대통령의 손자를 훌륭히 키워내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다. 그가 힘없는 자들을 위한 무료변론 같은 봉사활동을 하는 것까지 기대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적어도 시부모 명성에 해를 끼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가 박정희 며느리이자 박근혜 올케이기 때문에 여러 회사의 고문변호사를 쉽게 맡게 되었다는 얘기는 듣지 말아야 한다.

 2004년 12월 박지만·서향희 부부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결혼했다. 나는 “박 대통령과 육 여사가 살아있다면 최고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도록 했을까”라고 생각했다. 워커힐 대신 분당에 있는 새마을운동연수원에서 식이 열렸다면 어땠을까.

 박정희는 가난한 시골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한민국 서민의 대통령으로 죽었다. 박지만은 대통령의 아들로 태어나 무엇으로 죽을 것인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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