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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전부터 장사진, 한국어 랩 따라 부르며 열광

10일 오후 파리에서 열린 한류 공연 도중 객석에 가까이 다가간 그룹 소녀시대의 수영에게 유럽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공연 마지막 순서에서 전 출연자들이 나와 관객들에게 티셔츠를 던져 주었다. [파리=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오후 2시 프랑스 파리 르제니트 공연장 앞. 올 들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파리에 오랜만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공연장 앞에 모인 수백 명의 관객은 별 동요 없이 우산을 펼쳐 들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지만 자리를 뜨는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래를 부르거나 우산 대신 비옷을 걸치고 춤을 추며 흥에 겨워했다. 동서양, 흑백, 남녀 가릴 것 없이 모인 이들의 입에선 한국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슈주)의 ‘쏘리쏘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사랑 이특(슈주의 리더)’ ‘앰버(여성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나랑 결혼해 줄래’와 같은 글귀가 적힌 옷을 입은 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중앙SUNDAY 르포 한국 아이돌 그룹 파리 공연

이곳에선 K팝(한국 가요)을 대표하는 아이돌그룹의 파리 첫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전 세계 ‘한류’를 이끌고 있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소시), 슈주, 샤이니, 에프엑스(f(x))가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란 이름으로 함께 입을 맞추는 공연이다. 공연 시작까지는 5시간 이상이 남았지만 유럽의 한류 팬들은 수년을 고대해온 공연을 위해 몇 시간쯤 줄 서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다림’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선 피곤함이나 짜증스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꼭 기자가 돼서 한국에 갈 거예요. 그때 반드시 내가 좋아하는 슈주와 샤이니를 만나 취재할 거고요.”

정성스레 태극기를 그려 넣은 티셔츠를 입은 파리의 여고생 나디아(19)는 한국에서 온 기자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도 그리기 쉽지 않은 태극기인 만큼 그의 티셔츠에도 몇 차례 지우고 덧칠한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태극기의 문양이 뭘 의미하는지 아느냐”고 묻자 “잘은 모르지만 음양, 남녀, 우주의 원리 등이 녹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이런 한류팬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이라는 싱가포르 출신의 여대생 캐롤린(22)은 “요즘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며 “너도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기자보다 한참 어리기에 “한국에선 나이 많은 사람에게 ‘너’라고 하면 안 된다”라고 하자 “배우는 중이라 그렇다”며 웃었다. 공연을 보려고 친구와 파리로 온 캐롤린은 “K팝 가수들의 춤은 정말 대단하다. 너무너무 좋다.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한류 공연을 보기 위해 유럽 각국에서 모여든 열성 팬들. 태극기를 그린 티셔츠를 입고 이마에 ‘이특’이라 쓴 팬도 있다. 파리=서민정 프리랜서
오후 7시30분 공연의 막이 오르자 7000명이 꽉 들어찬 공연장엔 ‘한국’이 그득했다. 가수들을 ‘코앞’에서 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관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장이지만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플로어로 내려가 무대를 에워쌌다. 이들은 소시의 ‘오’,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 에프엑스의 ‘피노키오’, 동방신기의 ‘왜’, 슈주의 ‘너 같은 사람 또 없어’의 가사를 그대로 따라 했다. 프랑스건 스페인이건 독일이건 영국이건, 그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든 상관없어 보였다. 엄청난 훈련을 통해야만 소화가 될 듯한 다양한 춤 동작도 비디오를 보는 듯 흉내 내는 유럽팬들이 부지기수였다.

금발에 초록색 눈을 가진 독일 팬 셰런(17)도 그중 하나였다.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는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이날 오후 파리에 도착했다고 했다. 한 손에 비디오 카메라를 든 그는 3시간30분 공연 내내 서 있었고, 한국인들도 따라 하기 버거운 랩 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셰련은 “내 친구들이 모두 K팝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공연을 보려고 건너온 제시카(18)는 친구 둘과 공연 내내 K팝 가수들의 춤을 그대로 따라 췄다. “대체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자 “뮤직비디오를 봤다”고 답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K팝에 열광하는 걸까. 셰련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K팝을 들으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제시카는 “모든 게 좋다”고 답했다. 3시간30분 동안 K팝 팬들을 지켜보기만 할 뿐 리듬을 함께 타지 못한 기자가 무색할 정도로 이들은 K팝에 빠져 있었다.

이날 공연은 ‘와이어’까지 동원되는 등 스펙터클한 무대였다. 한국 아이돌들은 격렬한 춤과 함께 모든 음악을 ‘생음악’으로 소화해냈다. 평소 “아이돌들의 노래실력은 좀…”이라며 인색했던 기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만큼 뜨거운 무대였다. 관객들의 반응을 더욱 돋운 건 철저히 ‘현지화’하려는 이들의 노력이었다. 출연진 모두가 짧은 실력이었지만 프랑스어로 인사말을 했고, 슈주의 리더인 이특은 유럽의 각 나라를 연호하며 각종 감사인사를 외쳐 환호를 받았다. 아티스트들과 친밀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유럽팬들을 위해 공연 중간중간 가수들이 직접 객석으로 뛰어드는 장면도 많이 연출했다. 슈주의 ‘몸짱’ 시원은 웃통을 벗어 제치는 이벤트로 몸을 던져 흥을 돋웠고, 슈주의 신동·희철·은혁 등은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로 분장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줬다. 샤이니의 온유는 ‘4번의 레슨과 4시간의 연습’ 끝에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멋지게 소화했다. “노래와 춤, 그리고 외국어 실력이 중요하다”고 한 이수만 SM 회장의 ‘지론’이 묻어나는 무대였다.

아이돌 스스로도 공연과 관객들의 반응에 만족한 듯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슈주의 이특, 샤이니의 온유, 소시의 수영,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등 각 그룹 리더들은 공연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만에 해외 무대에 선 유노윤호는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오늘 공연엔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특은 K팝 가수들의 인기 비결을 “좋은 음악과 춤으로 드러나는 퍼포먼스, 거기에 더해진 매력적인 외모”라 자평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프랑스 (어린이) 가수 조르디에 열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가 파리에서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날 공연엔 프랑스 외에 스페인·영국·독일·스웨덴·이탈리아·세르비아·폴란드 등 유럽 수개국에서 관객들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각국 국기에 한국말로 ‘고마워’를 써넣어 한류 팬임을 드러냈다. “K팝은 프랑스 주류층보다는 이민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연엔 많은 프랑스인이 참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위를 통해 공연 횟수를 늘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입양아 출신 막심 파케(30) 코리안 커넥션 회장은 “현재 3000여 명이 코리아 커넥션 멤버로 활약 중인데 한국인은 4분의 1에 불과하다”며 “오늘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유럽인이 K팝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너무 행복한 밤이다”고 말했다.

아이돌들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K팝의 인기가 일시적인 데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까. 프랑스 현지에선 ▶K팝 가수들만큼 청년층이 열광할 젊고 매력적인 가수가 없다는 점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을 통한 K팝의 확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 ▶대형사들의 성공적 매니지먼트 ▶조직화된 한국의 팬 문화 등이 K팝 인기의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민 SM 대표는 9일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는 음반 발매보다 인터넷상에서 유료로 다운로드 받는 횟수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될 것이며 K팝은 1억 회 다운로드도 가능할 것”이라며 “J팝 아이돌 중에서도 20년 이상 롱런한 가수들이 있다. K팝은 J팝에 비해 대중적이며 확장성이 큰 산업적 인프라를 지닌 만큼 K팝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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