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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첨단 모델’ 200여 대... 자동차 위한 ‘노아의 방주’

1,유령말과 마부가 끄는 마차2. 자동차 럭셔리 시대의 수제 고급 자동차 3.1932년 오스틴(Austin)4.1954년 피아트 투르비나(FIAT Turbina) 5.1969년 재규어 E타입 6.페라리 308 GTB
이탈리아 토리노 자동차 박물관은 1932년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박물관이다. 이탈리아자동차공업협회와 피아트의 회장이었던 아넬리(Agnelli) 패밀리, 그리고 토리노시가 9000㎡ 규모로 함께 지어 1960년 11월 일반에 공개했다. 이곳에는 8개국(이탈리아·프랑스·영국·독일·네덜란드·스페인·폴란드·미국) 85개 자동차 회사가 제작한 희귀 자동차 200여 대가 전시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1854년 비르지니오 보르디노가 제작한 증기자동차다. 얼마 전 이탈리아의 건축가 치노 주키와 스위스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프랑수아 콘피노는 이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지난 3월 재개관했다.

김성희의 유럽문화통신 : 재개관한 이탈리아 토리노 자동차 박물관 가보니

포(Po)강 유역에 우뚝 선 자동차 박물관은 마치 자동차를 위한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했다. 모두 30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는 박물관은 3층부터 관람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가 고안한 탈것 모형으로 꾸민 로비와 마차들이 전시된 방을 지나가면 드디어 말(馬) 없이 달리는 ‘자동차의 시대’가 시작된다. 첫 번째 방은 19세기식 차고 혹은 정비소처럼 꾸몄다. 양쪽으로 1890년대부터 1903년 사이에 만들어진 지붕 없는 차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주인공은 1893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처음 만든 벨트 구동 사륜차 ‘빅토리아’와 1892년 푸조가 처음 만든 ‘티포 3’다.

19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미술사조 ‘미래파’를 대표하는 것은 비행기, 자동차, 오토바이 등 새로운 탈것이었다. 하지만 미술계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유럽과 아시아로 떠나는 관광분야가 아니었을까. 현대판 마르코 폴로를 태우고 장거리를 달리기 시작한 때문인지 이 무렵부터 차에는 지붕이 생겼다. 보물상자처럼 생긴 트렁크들이 함께 떠날 주인을 기다리듯 자동차 사이에 줄지어 포개져 있다.

7 토리노 자동차 박물관
자동차가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은 차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럭셔리 시대가 온 것이다. 우아하고 호화로운 고급 차들 뒤 벽면에는 흑백 영화의 남녀 주인공들 모습이 가득했다. 맞춤형 럭셔리 차들 사이를 거니는데 갑자기 전쟁터가 눈앞에 나타난다. 군용 자동차와 군인 마네킹이다. 자동차는 전쟁의 개념도 바꿔놓았다. 그리고 아르데코 시대가 시작된다. 재즈가 유행하고, 여성스럽고 곡선적이던 장식들이 남성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변했다. 1914년형 롤스로이스 40-50 Hp가 대표적이다.

1940년대 코너에 들어서니 차들이 마치 이륙하는 모양으로 전시돼 있다. 형태도 비행기나 로켓처럼 생겼다. 이 섹션의 대표적인 차는 1948년형 란차 아프릴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동차에 디자인 혁명이 시작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차가 1948년형 ‘치시탈리아 202’다. 별명이 ‘움직이는 조각’이다. 뉴욕 MoMA에도 전시돼 있다. 프랑스의 시트로앵은 10년 정도 앞서가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시트로앵 DS19를 내놨다. 자동차는 이제 서민들에게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50만(500,000) 리라여서 ‘500’이라는 이름이 붙은 피아트 칭퀘첸토는 어찌나 작은지 차고가 아닌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 연인들은 알파 로메오 줄리에타 스프린트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페라리! 빙글빙글 도는 원판 위에 페라리 308이 있다. 페라리의 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3층 마지막 방에는 태양열이나 가스로 가는 미래형 자동차 섹션과 타이어가 가득 쌓인 황량한 자동차 무덤 같은 섹션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차의 운명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었다. 2층은 자동차 엔진·바퀴·메커니즘·외관 등 부품들을 모아놓았다. 페라리 엔진부터 피아트 엔진까지, 하나씩 떼어놓은 엔진들은 마치 인간의 심장 같았다. 모노레일을 타고 자동차 조립 과정을 볼 수 있는 코너도 흥미로웠다.

자동차에 미친 사람들을 풍자하는 섹션은 매우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자동차로 만든 침대를 비롯해 세면대·변기·욕조·식기세척기·식탁·찬장·냉장고 등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도가 지나치다 못해 광적으로 변한 현대인을 비웃고 있다. 교통신호를 위반한 두 대의 자동차가 옥살이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코믹했다.

이런 아이러니한 부분을 지나면 자동차 분야의 월드컵 경기인 포뮬라 원(F1)의 탁 트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매년 새로운 속도의 신화를 창조해내는 경기 F1에 참여한 모든 시대를 대표하는 노장 자동차들이 막 시동이라도 걸 태세다. 장관을 이루는 이 섹션에 전시된 차들은 가장 오래된 1907년형 피아트 F2 130을 비롯해 1928년 마제라티 26B, 1929년형 부가티 35 B, 1930년형 알파로메오 P2, 1954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RW196, 1987년형 페라리 F40, 그리고 신세대 페라리 F1 등이다. 실물사이즈로 제작된 F1 파일럿들의 사진과 그들이 입었던 유니폼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의 꽃은 가장 마지막 섹션인 1층의 디자인 파트. 최근 100년간 이탈리아에서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과 프로젝트로 제작된 차들이 전시돼 있다. 빅토리오 그레고티, 조르제토 주자로, 파올로 피닌파리나, 마우로 테데스키니 등 박물관에서 선정한 12명의 자동차 디자이너와 그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관람 도중 화장실을 찾을 일이 생긴다면 체면 차리지 말고 꼭 안내를 받으시길. 화장실 표시도 없을뿐더러 그림이 가득 그려진 벽 어딘가를 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안내원들은 아주 상냥하게 이렇게 말한다. “화장실은 롤스로이스 옆에 있어요.” 200대의 차 사이에서 찾으라는 얘기다.



김성희씨는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다. 유럽을 돌며 각종 공연과 전시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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