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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국가 구한 큰 싸움꾼 백선엽, 그 리더십의 핵심은 부동심







백선엽 장군이 쓴 책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전3권이 한국전쟁 중심의 회고록이라면, 평전 『General Paik』은 인물 중심이다. 극기(克己)를 중시했던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10월 평양 탈환 작전을 성공리에 마친 백선엽 국군 1사단장이 그를 지휘한 미 1군단장 밀번 소장에게 작전 상황을 보고하는 모습이다. [중앙포토]













 General Paik

유광종 지음, 책밭

492쪽, 2만3500원




한국전쟁의 영웅 백선엽(91) 장군은 젊을 적부터 지금까지 말술은커녕 술 자체를 멀리해왔다. 화투·카드 등 잡기와도 담을 쌓았으니 회고록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전3권·중앙일보사)의 표현대로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때맞춰 나온 평전 『General Paik』을 보니 그런 진중한 모습은 체질이자 DNA로 판단된다. 초등학생 시절 그의 또래 친구들은 말수 없고 속 깊은 선엽을 대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다.



 때론 ‘애늙은이’ 취급 받던 그가 즐겨 찾던 곳은 평양부립도서관. 그곳에서 아사히신문 사설까지 뒤져 읽던 조숙한 꼬마가 선엽이었다. 평양사범학교와 만주군관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이면 외박과 술타령에 바쁜 동료와 달리 시사 잡지와 병서(兵書)를 읽었다.



  저자의 규정대로 ‘큰 싸움꾼’ 백선엽 장군은 예사롭지 않는 성장과정을 거쳤는데, 『General Paik』은 그의 사람됨과, 전장에서 발휘된 리더십의 실체를 또 다른 각도에서 파헤쳤다.



 그 소년은 훗날 낙동강전투에서 권총을 뽑아 든 채 ‘사단장 돌격’을 감행했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고 외쳤던 용장(勇將)의 절치부심이 61년 전 전란의 위기에서 우리를 구했다. 이런 영웅적 기개는 성장기 때 말수 없고 조용한 태도와 영 딴판이다. 조용한 모습 따로, 용감한 행동 따로 나눠본다면 백선엽의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General Paik』은 부드러우나 견고했던 그의 사람됨, 지휘술의 요체를 부동심(不動心)이라고 규정하는데, 그게 포인트이다.



 작전에 납득 못하는 참모가 있다면, 총알이 날아오는 와중에도 잠시 쪼그려 앉은 채 설명을 해주고, 동의를 얻어낸 뒤 전쟁을 치르는 합리주의가 몸에 밴 게 그였다. 그런 그는 막상 ‘고요’했다. 생사를 가르는 전쟁이 임박한 상황, 밀려오는 적을 코앞에 두고 “내 눈으로 직접 각급부대의 현장을 찾아가 태세를 확인할”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진다는 발언(481쪽)은 큰 싸움꾼이 유지해온 평정심(平靜)의 요체를 보여준다.



 6·25개전 이후 거의 모든 주요 전투와 국면에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낙동강 전투, 평양 입성, 서부전선의 1·4 후퇴, 휴전회담, 지리산 빨치산 토벌, 한미 상호방위조약 교섭 개입 등 그가 왜 한국군의 군신(軍神)인가를 새삼 보여준다. 사실 “죽음보다는 패전이 더 두려웠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신간이 그를 “한반도의 가장 위대한 장수”(492쪽)로 평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전3권이 한국전쟁 중심의 회고록이라면, 이 책은 인물 중심이라서 차별화된다. 외려 상호보완적이다. 방대한 분량의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와 달리 『General Paik』은 요약본 내지 보급본의 성격을 가졌다. 어쨌거나 우리는 행운아다. 전쟁 60여 년 만에 20세기 한 명장의 회고록과 함께 신뢰할만한 평전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백 장군은 워낙 기억력이 대단한데다, 나이 갓 서른 살 젊은 나이에 전쟁의 주역으로 활동했다는 현대사의 특수 사정이 겹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적’이다. 행운은 실은 한국사회 모두의 것이다.



1948년 건국 이후 역사를 부정하려는 출판물이 독서시장에 그간 주류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시각을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이고, 『General Paik』이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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