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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수요지식과학] 인류의 치명적인 적, 모기

올여름 모기가 예사롭지 않다. 구제역으로 인해 생존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되면서 흡혈 대상이 대거 줄었다. 본능적으로 종족번식을 위해 다른 공격 대상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는 모기들이 예년보다 더 극성스럽게 사람에게 덤벼들 가능성이 있다”(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이영재 연구원)는 우려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말라리아 전문가였던 앤드루 스필먼(Andrew Spielman) 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모기를 “우리의 가장 집요하고 치명적인 적(Our Most Persistent and Deadly Foe.)”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9년 지구촌에서 78만여 명이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로 숨졌다. 뇌염·황열병·뎅기열 등까지 합하면 모기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은 한 해 약 7억 명, 사망자만 200여만 명에 달한다.

 아프리카가 가장 큰 피해지역이긴 하지만 한국도 결코 ‘모기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말라리아와 일본뇌염에 걸린 사람이 각각 1772명, 26명이나 된다. 올해도 4월 말 일본뇌염주의보가 전국에 발령됐고, 벌써 100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






◆병을 옮기는 건 일부=모기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3500여 종, 국내엔 50여 종 된다. 하지만 동물 피를 빠는 건 짝짓기를 한 암컷뿐이다. 산란에 필요한 양분을 얻기 위해서다. 수컷·암컷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론 꽃이나 과일 등의 당액을 먹고 사는 ‘초식성’이다.

짝짓기를 한 암컷도 보통 흡혈대상으로 소·돼지 같은 덩치 큰 동물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부는 사람을 공격하고 병까지 퍼뜨린다. 말라리아 원충을 옮기는 얼룩날개모기(일명 학질모기), 황열병·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가 그들이다.

 모기의 흡혈 과정은 자못 정교하다. 먼저 침돌기의 작은 관(타액관)을 통해 지방 성분을 녹이는 타액을 뱉는다. 살갗이 부드러워지면 비로소 침을 꽂는다. 모기 타액에는 항응고제 성분도 들어 있다. 피가 굳지 않고 잘 흘러나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충·바이러스도 이때 타액 속에 섞여 사람 체내로 들어간다.

 모기는 이렇게 약 90초간 6~9㎎의 피를 빤다. 자기 몸무게의 2~3배다. 피를 빤 뒤에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피를 소화시킨 후(약 45분 소요) 수분은 오줌 형태로 빼내고, 양분만 몸속에 저장한다.

◆계속되는 전쟁=모기의 역사는 인간보다 훨씬 길다. 캐나다에선 7900만 년 전 백악기 화석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인류(200만 년 전 등장)와 모기의 기나긴 ‘전쟁’은 한참 뒤에야 시작됐다. 하지만 인류는 우주에 로켓을 쏘아올리는 오늘날까지도 아직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모기의 개체수가 너무 많다.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모기 암컷은 평균 한 번에 100~150개씩, 한 달에 대략 3~7번 알을 낳는다. 알은 이틀이면 부화돼 유충(장구벌레)이 된다. 이들은 1~2주에 거쳐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됐다가 2~3일 후 성충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세상에 나오는 모기가 전 세계에서 매일 수십 억 마리에 달한다.

 인간은 그동안 모기에 맞서 칼(살충제)과 방패(기피제)를 동시에 사용했다. 한때 동아시아와 미국·유럽 등에서 말라리아를 몰아낸 DDT가 대표적인 칼이었고, ‘바르는 모기약’의 주성분인 DEET가 널리 사용된 방패였다.

 하지만 모기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미 1950년대부터 DDT에 저항력을 가진 돌연변이 모기가 등장했다. 더구나 DDT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몰려 사용이 금지되면서 말라리아는 다시 확산되고 있다. DEET도 장시간 사용하면 뇌중독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최근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란 복병도 인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천의대 박재원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기존 말라리아 발생 지역이 열대에서 고위도나 고산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도 한반도가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한국 학질모기에 기생하는 삼일열원충은 아프리카 모기의 열대열원충에 비해 병증이 약하고 치료약으로 쉽게 퇴치돼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는 적은 편이다.

김한별 기자

※참고=『인류 최대의 적, 모기』(앤드루 스필먼 외, 해바라기), 도움말=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위생곤충학) 교수

◆모기(Mosquito)=스페인어로 ‘작은 파리’란 뜻이다. 파리를 뜻하는 ‘Mosc(라틴어 Musca에서 유래)’에 ‘작다’란 뜻을 가진 접미사 ‘-ito’가 결합된 이름이다. 실제로 모기는 파리와 같이 날개가 한 쌍 인 쌍시류(雙翅類·Diptera, 파리목)에 속한다. 날개가 두 쌍인 여느 곤충과는 다르다. 대신 모기는 날갯짓이 빠르다. 초당 250~500번을 움직인다(집모기 암컷의 경우). 이 덕분에 시속 4.8㎞의 속도로 날 수 있다. 꽤 요란한(약 500~600㎐) 소리를 내며 여름밤 선잠 든 사람들을 이중으로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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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