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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세계적 철새 도래지에 웬 조명탑?




박맹우 울산시장(左), 조용수 전 울산중구청장(右)

어이없는 세금낭비다. 주변에 국내 최대 도심 철새 도래지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대형 조명탑을 건설했다.

울산 중구청은 뒤늦게 철새의 번식과 휴식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일자 한 번도 전원을 연결하지 못한 조명탑을 철거하기로 했다. 짓는 데 3억6000만원, 철거하는 데 5000만원의 세금이 날아갈 판이다. 울산시와 울산 중구청의 합작품이다. 그런데도 시·구 의회는 이런 세금 낭비를 견제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도심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태화강변 십리대밭과 삼호대숲에서 170~260m 떨어진 곳에 축구장이 있다. 이곳에 야간조명(400룩스짜리 6기)을 켜면 철새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울산시와 중구청은 공사를 강행했다.

 십리대밭 축구장에 조명탑 설치를 결정한 사람은 지난해 12월 선거법 위반죄로 물러난 조용수 전 울산중구청장이다. 김영길 중구의원은 “당시 축구장 확장을 추진하자 주차난을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조 전 구청장이 조명탑을 설치해 밤에도 축구장을 운영하면 주변 식당가에 손님이 늘어나 상권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득해 주민 동의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기자가 조 전 구청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공사비는 대부분 울산시가 댔다. 그런데 정작 울산시는 2005년 삼호대숲에 세계적인 철새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현재까지 65억원을 토지 보상비로 집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는 조명탑 건설의 내용도 정확히 모르고 공사비를 지원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 4월 환경전문가 등이 문제를 제기하자 “철새 도래지 인근에 무슨 예산으로 조명탑을 설치하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시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 채 예산집행을 허가했다는 의미다. 권혁진 울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중구청이 애초 예산 신청을 할 때 조명탑 언급은 없었다.

2010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3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2500만원 상당의 조명등 설치를 제시했는데, 그 예산으로는 가로등 정도만 세울 수 있어 국제수준급 조명탑을 설치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영향평가 문제에 대해선 “중구청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평가를 받았지만 하천 부지에 거대한 철탑을 설치하면 홍수 때 물 흐름에 지장을 주는지만 검토했을 뿐 철새에게 미치는 영향 평가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시·구의회는 시와 구청의 세금낭비를 감시하지 못했다. 예산 심의를 했던 울산시의회 측은 “시 집행부도 몰랐던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중구의회 관계자도 “집행부가 조명탑 안건을 논의해오지 않아 주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태완 중구의회 의장은 “조만간 임시회를 소집, 예산낭비에 대해 책임 소재를 반드시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산시와 중구청은 “조명탑 설치를 결정한 장본인이 이미 구청장 자리를 잃어 버렸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세금은 날아갔는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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