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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근 “현실은 꿈 포기하라 했지만 열정이 날 이끌어”




부산을 출발해 1년8개월 동안 단독으로 세계일주 항해를 한 윤태근 선장이 7일 대장정을 마치고 부산시 수영만 요트경기장으로 귀항했다. [송봉근 기자]


선장의 검은 머리는 하얗게 세버렸다. 요트 선체의 페인트는 거의 벗겨졌고 돛은 온통 기운 자국투성이였다. 요트로 혼자서 세계일주를 마치고 7일 오전 부산 수영만 요트 계류장으로 들어온 윤태근(49) 선장의 모습이다.





 그가 11.3m(약 37피트)짜리 요트 ‘인트레피드(intrepid·두려움을 모르는)’호를 타고 수영만을 떠난 것은 2009년 10월 11일. 1년8개월(605일) 만의 귀항이다. 그동안 부산∼동남아시아∼인도양∼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대서양∼남아메리카∼태평양∼일본∼부산까지 3만1000마일(5만7412㎞), 28개국을 거쳤다. <그림 참조>

 윤 선장의 요트 단독 세계일주는 한국 국적의 요트가 한국을 떠나 한국으로 들어온 첫 번째 경우다. 독일 파견 간호사 출신인 김영희(1987, 91년)씨와 재미동포 강동석(97년)씨가 세계일주를 했지만, 모두 외국 선적 요트로 외국의 항구를 떠났다가 입항한 경우다. 윤 선장은 애초 1년 계획으로 출항했지만 태풍을 피하고 항해 중에 바닥난 경비를 마련하느라 일정이 늦어졌다.

 그는 2003년부터 일본의 중고 요트를 몰고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의 구매자에게 갖다 주는 요트 운송대행업을 했다. “배를 타면서 내가 사는 지구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생겼다. 현실은 늘 그 꿈을 포기하라고 했지만 가슴속에 있는 열정이 나를 바다로 나서게 했다.”

 2004~2005년 동·서·남해안의 섬을 요트로 돌면서 세계일주에 필요한 항해술도 익혔다. 2007년엔 세계일주 하기에 좋은 요트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 홋카이도에서 1억원을 주고 인트레피드호를 샀다. 윤 선장이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 쓴 경비는 요트 구입비를 포함해 모두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절반은 부산 협성건설 정철원 회장 등 개인 후원자들이 마련해줬다. 이들에겐 인트레피드호 돛의 일부를 액자에 넣어 전달할 예정이다. 윤 선장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목표는 무기항 세계일주와 알래스카와 남극 항해다.

 다음은 윤 선장과 나눈 일문일답.

 -출항 때는 머리가 검었는데.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세버리더라. 포기하고 싶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험한 바다는 이겨낼 만했다. 혼자 자는 외로움과 가족 걱정, 항해 중에 부족한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었다. 부산을 떠난 첫날 밤이 가장 외로웠다. 닻을 내리고 자다가 강풍에 닻이 뽑혀 떠밀려 갈 때는 죽는 줄 알았다.”

 -부산항에 돌아온 소감은.

 “부산 광안대교가 가까워지면서 가슴이 벅차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출항 때 태풍보다 해적들이 무섭다고 했는데.

 “해적 출몰 해역에선 요트 28척이 모여서 항해했다. 다행히 해적을 만나지 않았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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