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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최석호 기자의 스펠링 비 미국 본선 현장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미국 워싱턴DC 게일로드 내셔널 리조트에서 열린 ‘내셔널 스펠링비(The Scripps National Spelling Bee)’ 본선대회 현장. 미국을 비롯한 세계 10여 개국 학생 275명이 참가해 영어 철자 맞추기 실력을 겨뤘다. 스펠링비는 결승·준결승전이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 미 전 지역에 생중계될 만큼 큰 관심을 받는 대회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흔히 생각하는 ‘이기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DC=최석호 기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지원양이 출제위원의 발음을 듣고 철자를 맞추고 있다. [윤선생영어교실 제공]

결승전이 열린 2일 오후 11시30분. 수칸야 로이(14·어빙톤고 8년)양이 출제위원 자크 베일리(46·미국 버몬트대 교수) 박사의 발음을 들은 뒤 한참 망설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철자를 말하기 시작했다. “c-y-m-o-t-r-i-c-h-o-u-s(굽슬굽슬한 머릿결을 가진).” 그리고 잠깐의 침묵.

“You are a champion!” 순간 대회장을 메운 3000여 명의 관객이 모두 일어섰다. 이번 대회 우승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함께 결승 무대에 올랐던 13명의 참가자들은 무대 중간으로 뛰어나와 로이양을 끌어안았다. 결승전에 오르지 못해 객석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250여 명 참가자들도 환호를 보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준결승 현장에서도 참가자들은 친구가 탈락하면 함께 안타까워하고, 정답을 맞춘 친구는 격려해줬다. 준결승전부터는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바로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긴장감이 높아졌다. 자메이카 출신 흑인 하니프 하롤드 브라운 주니어(13·아덴고 8년)군이 정답을 말하던 중 2분 30초의 제한시간을 알리는 버저가 올리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타임”을 외치며 아쉬워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온 데이비드 판(14·네빈플랫중 8년)군은 “정답을 말했는데, 제한시간 몇 초 지났다고 떨어뜨리는 건 너무하다”며 경쟁자의 탈락을 못내 아쉬워했다.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인종과 국적을 넘어 우정을 나누었다. 대회 이튿날 펼쳐진 만찬에서도 참가자들은 서로 사인을 주고 받는가 하면 e-메일 주소를 건네받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대회 후원사인 윤선생영어교실 박준서(50) 상무는 “탈락 순간 ‘학원 가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한국 학생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표 지원이의 3번째 도전

한국대표로 참가한 서지원(14·용인 문정중 2)양을 만난 건 1라운드 지필고사를 마친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준결승 진출에 자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지필고사에서 25개 문제 중 22개를 맞혀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1라운드 지필고사 성적(25점)과 참가자들이 한 사람씩 무대에 올라 출제위원의 발음을 듣고 구두로 철자를 맞추는 2·3라운드(라운드별 3점) 성적을 합쳐 준결승 진출자가 가려진다.

2008년과 2009년 연속 한국대표로 스펠링비 본선에 올랐던 서양은 지난해엔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서양은 지난 2월 치러진 한국대표 선발전을 1개월여 앞두고부터 48만 개 단어가 수록된 영영사전을 5차례나 반복학습하며 설욕을 다짐했었다. 이튿날 치러진 2·3라운드에서도 ‘madeleine(카스텔라류의 과자)’ ‘echinoderm(불가사리·성게류 등 극피동물)’의 생소한 단어 철자를 정확히 맞추며 6점을 따내 준결승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그 꿈은 1점 때문에 부서졌다. 1~3라운드 점수를 합친 서양의 점수는 28점. 커트라인인 29점에 1점 모자랐다. 이후 준결승과 결승 대회장에서 만난 서양은 객석에 홀로 앉아 출제된 단어 철자를 공책에 열심히 적고 있었다.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NSB)=미국 스크립스(E.W. Scripps)사가 매년 주최하는 영어 철자 맞히기 대회. 만 15세, 중2(8학년) 이하의 초·중학생들이 참가해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철자를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부터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와 윤선생영어교실이 매년 2월 한국대표 선발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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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