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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태어나면 병들고 죽어가지요




새 장편 『미칠 수 있겠니』를 낸 소설가 김인숙씨. “연애를 통해서라도 위로받고 싶은 삶의 단면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프랑스의 공쿠르상 수상 작가인 파스칼 키냐르는 남녀 간의 성교(性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 적이 있다. “한순간 함께 헤매는 일” 혹은 “한순간의 아찔한 동반”.

반드시 육체적인 측면만 그런 게 아니라 무릇 사랑의 일반적인 속성이 그런 게 아닐까. 매혹에서 출발해 모든 면에서 한 몸처럼 들어맞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확신으로 발전하지만 결코 달콤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그래서 한때 불 같았던 열정이 한 줌 재처럼 사그라져 콩깍지가 벗겨진 뒤 돌이켜 보면 순간의 숨바꼭질이었고, 함께 헤맨 시간들이었다고 여겨지는.

 1963년생 소설가 김인숙씨가 새 장편 『미칠 수 있겠니』(한겨레출판)를 냈다. 지난해 하반기 인터넷서점 ‘yes24’에 연재했던 소설을 대폭 손봤다. 여러 가지 얘기가 담겨 있지만 이번 소설의 중심 테마는 운명적인 사랑의 종말, 연애의 생로병사다.

 구석구석 살을 발라내고 줄거리만 남기면 소설은 영화나 TV 드라마로 만들기에 적합해 보일 정도로 통속적이다. 불륜이 있고,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소돔 같은 퇴폐적인 도시를 한순간 쓸어버리는 지진 후 대재앙, 쓰나미도 등장한다. 묵시록적인 재난, 재난을 통한 카타르시스다.

 성씨는 다르지만 이름이 ‘진’으로 같은 남녀의 사랑 앞에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연상시키는 섬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문제가 생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의 과잉보호 때문에 매사에 소극적이게 된-심지어 사랑에서조차!-남편 유진이 섬에서 일종의 대안적 삶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섬에서의 삶이라는 게 정상인의 관점에서 보면 술과 약에 취하고 개방적인 현지 여인들에게 휘둘리는 절반 히피 생활일 뿐이다. 훌쩍 한국을 떠나 섬에 정착한 유진은 집안 살림을 해 주던 어린 소녀를 임신시킨다. 급기야 현장에 들이닥친 진, 살의를 가지고 소녀를 칼로 찌르고 순간 지진이 발생한다.

 이런 서사를 통속성에서 구출해 내는 것은 역시 김씨 특유의 ‘소설적인’ 문장이다. 김씨 소설의 매력 중 하나로 인간 내면의 저열한 밑바닥까지 가차 없이 도려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치열함을 꼽을 수 있다. 그런 특징이 이번 소설에도 잘 살아 있다. 영상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삶의 소설적 진실들이다.

 스무 살에 등단해 열 권이 넘는 소설책을 낸 김씨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두려웠던 모양이다. 김씨는 “‘나는 가수다’에 등장하는 발라드 가수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힙합에 도전하듯 완전히 새로운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소설은 그런 변신의 몸짓이 깃든 작품이다.

신준봉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김인숙
(金仁淑)
[現] 소설가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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