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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감수자도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감독자가 부패에 연루되었을 경우 조선에서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감독자가 법을 위반하는 것을 ‘지키는 자가 도둑질했다’는 뜻에서 ‘감수자도(監守自盜)’, 또는 ‘감독하는 자가 도둑질을 했다’는 뜻에서 ‘감림자도(監臨自盜)’라고 불렀다.

 사헌부는 세종 29년(1425) 7월 ‘경상도 의령(宜寧) 현감 허계(許季)가 기생 초계(草溪)에게 관청 쌀 20말을 준 것’이 감수자도에 해당한다면서 곤장 80대를 치고 자자(刺字)해야 한다고 주청했다. 세종은 자자(刺字)는 하지 말라고 감해주었는데, 자자란 이마나 팔뚝에 검은 먹으로 죄명을 찍어 넣는 것을 말한다.

 『대명률(大明律)』 『형률(刑律)』 ‘감수자도(監守自盜)’ 조항에는 “무릇 감독으로 나가 지켜야 할 자 자신이 창고의 돈이나 곡식을 도둑질하면 수범(首犯)과 종범(從犯)을 가리지 않고 장죄(贓罪)로써 논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독자가 부패했을 경우 모두 장죄(贓罪:뇌물죄)로 논죄한다는 것이다. 벼슬아치의 범죄 중 가장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장죄였다. 장죄는 이마에 자자(刺字)하고, 뇌물을 받아 처벌된 관리들의 이름과 죄상을 『장오인녹안(贓汚人錄案)』에 적어 다시는 서용하지 않았다.

 『장오인녹안』을 『장리안(贓吏案)』 또는 『장안(贓案)』이라고도 하는데, 한번 이름이 오르면 본인은 물론 자식들도 벼슬길에 나갈 수 없었으니 말 그대로 패가망신(敗家亡身)이었다. 적발 당시 처벌도 엄격했다. 감수자도(監守自盜)의 경우 “(수뢰한 금액이) 1관(貫) 이하면 장(杖) 80대에 처하고, 1관 이상 5관에 이르면 장(杖) 100대, 17관 5백 문(文)이면 장(杖) 100 대에 도(徒) 3년, 25관이면 장(杖) 100대에 유(流) 3000리, 40관이면 참형(斬刑:목을 벰)에 처한다(『성종실록』 1년 7월 6일)”고 규정하고 있다.

 목까지 벨 정도로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감독까지 부패하면 백성들이 체제 자체를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대형 부패 사건의 경우 현재도 사형까지 시키는 것은 『대명률』의 이런 정신을 계승해 체제에 대한 부정을 막으려는 것으로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전·현 정권이 얽히고설켜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泥捧です:모두가 도둑)가 되어가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일반 서민은 우리 사회의 그 어느 시스템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알지 못해 절망한다. 형법에 감수자도(監守自盜) 항목이라도 복설(復設)해야 할 것 같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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