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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세상읽기] 유권자 무시하는 복지 포퓰리즘




김종수
논설위원
경제부문 선임기자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정가에선 벌써 선거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다. 총선 출마를 꿈꾸는 후보자들은 이미 선거전략을 짜느라 부산하고, 대선 후보들 역시 나름대로 비공식적인 캠프를 차리고 선거전략을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만일 이 참에 내년 선거를 좌우할 핵심 포인트를 알 수 있다면 여야 (예비) 후보자들로서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족집게 도사가 아닌 바에야 여기서 내년 선거의 표심의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내년 선거의 양상을 결정지을 한 가지 요소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경제를 살리는(혹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기대되는)’ 당과 대권후보가 내년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지금 경제가 죽었다는 게 아니라 경제적 성과가 국민(유권자) 대다수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척도는 일자리,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가 될 것이다.







내년 선거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를 모두 거친 후 이념적 지향이 배제된 채 치르는 사실상 첫 번째 선거다. 민주화 이후 네 차례의 대선을 통해 우리 국민은 보수-진보-진보-보수로 이어지는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차이와 한계는 충분히 목격한 셈이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이제 이념적 지향보다는 누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것인가를 따질 정도의 안목을 갖췄다고 본다. 내년 선거의 핵심 포인트가 ‘경제’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마침 우리와 대선 일정이 비슷하게 가고 있는 미국의 양상은 내년 우리나라 양대 선거의 판세를 읽는 데 좋은 참고가 될 듯싶다. 미국에선 내년 대선까지 17개월이나 남았지만 핵심 쟁점은 한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바로 ‘경제 살리기’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만들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기간 동안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을 뚜렷하게 낮출 수 있다면 공화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재선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미국 정가의 공통된 관측이다. 거꾸로 오바마 대통령이 실업률을 확실하게 낮추지 못한다면 재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방인 공화당 후보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일자리 창출 공약을 들고 나오느냐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자신 있게 이런 관측을 내놓는 것은 과거 대선에서 나타난 예외 없는 불문율에 근거한다. 그것은 ‘대공황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선거일 현재 실업률이 7.2%를 넘은 현직 대통령은 한 번도 재선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루스벨트 이후 재선에 나선 10명의 대통령 가운데 실업률이 6%를 넘었던 대통령은 4명이다. 이들 중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조지 부시(아버지)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고, 실업률이 7.2%였던 로널드 레이건만이 당선됐다. 레이건이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한 이유는 실업률이 뚜렷하게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늘리기에 실패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임 중 다른 업적이 뭐가 됐든간에 결코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9%를 넘나들고 있다. 이런 상태가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앞서의 불문율에 따라 오바마의 재선은 거의 가망이 없다. 이는 거꾸로 오바마 행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에 총력전을 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눈을 돌려 한국의 상황을 보자.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모두 ‘무상’과 ‘반값’을 앞세운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한편으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총선 일정이 촉박한 각 당에서는 이제 ‘무상’과 ‘반값’ 복지공약이 없이는 내년 선거를 치를 수 없을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복지 포퓰리즘은 두 가지 면에서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하나는 부담을 누가 하고 나라가 어찌되든 상관없이 선거에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정치권의 뻔뻔스럽고 천박한 이기주의다. 유권자들은 그렇게 당선되어서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이 그런 얄팍한 포퓰리즘에 모두 넘어가고 말 것이라는 오만한 편견이다. 유권자의 표를 돈이나 선심공약으로 살 수 있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수준을 대놓고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이토록 무시당하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정치권의 이기심과 오만에서 비롯된 복지 포퓰리즘이 내년 선거에서 어떤 심판을 받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논설위원·경제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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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