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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클라우드(Cloud)





운집무산(雲集霧散), 구름처럼 모였다가 안개처럼 흩어진다. 한편으론 맞는 말이다. 구름은 수증기가 모여 형성되고, 흩어진 상태가 안개아닌가. 구름은 햇살을 가리지만, 안개는 한 자락 햇살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정처 없이 흐르며,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것이 구름의 속성이다. ‘뜬구름 인생’이란 표현의 연원이다.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종적을 감추는 게 인생이다. 시인 박목월도 체념과 달관을 동시에 담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구름은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에 머무른다. 수증기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는 고도에서 빙정(氷晶)이 형성된다. 땅 위의 인간에게 영원으로 통하는 마지막 단계다. 서양에서 ‘클라우드 나인(Cloud Nine)’이다. 우리나라에선 담배 이름이지만, ‘신곡’을 쓴 단테에게는 천사가 머무르는 ‘제9 하늘’이다. 소위 정화천(淨化天)으로 성(聖)삼위일체가 사는 ‘제10 하늘’ 바로 아래다. 휴거(携擧)를 꿈꿀 수 없는 인간에겐 최고의 경지다. 그래서 ‘클라우드 나인’은 영어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뜻이다. 불교 ‘십지(十地)’의 구별도 이와 비슷한데, 바로 아래 ‘구지(九地)’는 해탈 직전이다. 모든 행동에서 욕망과 사리사욕이 사라진 상태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 ‘클라우드’가 화두다. 개인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아니라 외부 대용량 서버에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쓰는 컴퓨팅 방식이다. 집적(集積)과 모바일이란 측면에서 ‘구름’이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엊그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클라우드(iCloud)’를 발표했다. 크롬 노트북을 낸 구글과 ‘구름 위의 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그야말로 ‘망(網)-기기(器機)-콘텐트 사업자’의 솥발 같은 ‘정립(鼎立)’이 깨지고 무한경쟁에 든 상황이다.

 하지만 ‘구름’은 선과 악의 두 얼굴이 있다. 영어의 ‘구름 위에서(on a cloud)’는 ‘마약에 취해’란 뜻도 있다. 자칫 편리성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것이다. 또 ‘클라우드 나인’에 비견되는 ‘쌘비구름(적란운)’은 운간방전(雲間放電)과 대지방전(大地放電)을 거듭한다. 마치 기업끼리, 또 이용자에게 벼락을 퍼붓듯이. 그렇다고 구름을 피하자니 가뭄이요, 머물자니 폭우에 둑 터진다. ‘운파월래(雲破月來)’를 기다릴 수도 없다. 가벼운 처신을 뜻하는 ‘번수작운(飜手作雲)’이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토종 ‘구름’이 아쉽다.

박종권 선임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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