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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들 한국을 선택한 까닭 … “삼성·LG 다닌다면 고국서 알아주니까”

미국의 IBM이나 일본 소니 같은 데서 일한다면 마냥 부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런 기업의 직원이라 함은 신분을 보장하는 일종의 보증수표가 됐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현대차·LG 브랜드가 세계인의 뇌리에 박혔다. 그러면서 일하고자 보따리를 싸들고 한국으로 오는 고급 외국 인력이 부쩍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사무직 외국인의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본지 6월 7일자 18면> 이들 ‘화이트 칼라 외국인’들이 꿈꾸는 코리안 드림은 무엇일까. 직접 만나 한국 기업을 택한 이유와 포부를 들어봤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화·권희진 기자


LS전선 하손퉁 (베트남)

“한국은 조국의 미래 성장 비결 배우겠다”





하손퉁

2009년 7월 LS전선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하손퉁(29)은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수재였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 격인 베트남 국립 하노이대(화학 전공)에서도 영재반에 속해 있었다. 신입생 한 학년 전체에서 고교 성적이 빼어난 70여 명을 따로 뽑아 만든 특별반이었다. 졸업 후 대다수의 영재반 친구들은 유럽·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하손퉁은 한국의 KAIST를 택했다. 이미 그때 한국 기업에 취직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는 “40~50년 전의 한국과 지금 베트남의 경제 상황이 비슷해 한국에서 일하며 빠른 경제 성장의 비결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KAIST를 졸업한 뒤 한국 회사 세 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 그중 국내 연구개발(R&D) 센터에서의 일자리를 제안한 LS전선에 취직했다. 나머지 회사들은 하손퉁이 자사의 베트남 법인에서 일하길 원했다. 그는 “베트남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하며 고속 성장의 바탕이 된 기업문화를 체험하고 싶었다”고 LS행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막상 한국 기업에서 일해 보니 베트남 기업과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일단 한국과 베트남은 유교 문화가 뿌리 깊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수직적인 직장 문화에는 쉽사리 익숙해졌다.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고, 인간관계를 쌓아가기 위해 술을 마시는 음주 문화도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일하는 스타일은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 베트남 직장인들은 오후 5시면 정확하게 퇴근을 하는 반면, 한국 직장인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는 “KAIST에서도 친구들이 새벽까지 남아 연구하는 걸 보면서 한국인의 저력을 느꼈다”고 했다. 또 “이런 열정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LS에서 오래 일하면서 한국 기업의 인재 관리 요령도 배우고 한국인 네트워크도 차곡차곡 쌓은 뒤 베트남에 돌아가 사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 벨야코브 일리야 (러시아)

“직장에 다 쏟아붓는 한국인 열정 경이로워”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 DMC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러시아인 벨야코브 일리야의 별명은 ‘한국인 일리야’다. 말하는 목소리만 들으면 한국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일리야에게 동료가 붙여준 것.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는 동료와 일리야가 사무실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직장 참 잘 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가 때 여행을 가서도 삼성에 다닌다고 하면 모두가 알아주니까요.”

 이런 말을 한국어로 술술 하는 이 남자, 정작 본인은 금발에 에메랄드빛 눈을 가졌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러시아인 벨야코브 일리야(29)다. 그가 맡은 일은 경기도 수원의 디지털 앤드 커뮤니케이션(DMC) 연구소의 글로벌 인사 담당. 연구소에서 필요한 외국인을 채용하고 외국인 인턴도 관리한다.

 일리야는 한반도 북쪽에 붙은 블라디보스토크 출신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국·일본·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동양어학과의 인기가 높았다. 일리야가 러시아 극동 국립대에서 한국어 전공을 택한 것도 처음엔 순전히 이런 인기 때문이었다.

 전공 실력을 키우려고 2003년 연세대로 한국어 연수를 왔고, 2005년부터는 아예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한국어 실력이 늘수록 한국에서 사는 게 편해졌다.

일리야는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섞이는 20대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터라 한국이 ‘집’처럼 느껴졌고 결국 한국에서의 취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리야는 한국관광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인턴까지 한 뒤 지난해 외국인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놀랐던 점은 한국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이었다고 했다. “개인 생활을 철저히 챙기는 서양 사람들과 달리 직장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한국인들이 경이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말에도 직장 동료끼리 모여 노는 문화가 낯설었다. 그는 “한국인에게 회사는 생활 그 자체인 것 같다”고도 했다.

 짧다면 짧은 삼성전자에서의 1년. 그사이 회사도 많이 변했단다. 우선 영어 사용이 확 늘었다. 일리야는 “전체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점점 국적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다운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다”고 평했다.

 “가끔 칼국수가 당긴다”는 일리야. 그는 “이젠 서양인을 보면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한국이 고향이 된 모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모두 삼성을 알아주는 게 기분 좋다”는 그의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일까.


LG전자 올리비에 시몬 (프랑스)

“쑥쑥 크는 회사 보며 연봉 이상의 성취감”





올리비에 시몬(프랑스)이 서울 가산동 LG전자 휴대전화(MC) 사업본부에서 한국인 동료와 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중년의 프랑스인이 부인과 여덟 살 난 아들, 여섯 살배기 딸을 보고 말했다. “여기가 LG의 나라다.” 그게 LG전자 본사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에 도착한 올리비에 시몬(40)의 첫마디였다.

 시몬은 현재 서울 가산동 LG전자 휴대전화(MC) 사업본부에서 해외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의 현지화 전략을 논의하는 일을 한다. 파리 슈펠렉 공대를 나온 시몬은 2003년 LG 전자 프랑스 법인에 경력으로 입사했다. 막 현지 법인이 만들어졌을 때다. 그 전에 시몬은 다국적 전자회사 필립스와 프랑스 현지 휴대전화 부품업체 등에서 일했다. 이직이 잦기로 이름난 여느 프랑스인들처럼, 그도 몇몇 직장을 전전했다. 그러나 LG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8년 일하는 동안은 다른 곳에 갈 꿈을 꾸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지난해 “LG에서 더 크고 싶다”며 한국 본사 근무를 자청했다.

 LG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취감 때문이었다. 시몬은 “대부분 성장이 멈추다시피 한 프랑스 회사와 달리 LG는 휴대전화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매년 눈부시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2005년 출시한 초콜릿폰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프랑스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어 나온 샤인폰·프라다폰도 히트를 쳤다. 그는 “프랑스 회사에 들어갔다면 돈은 더 벌었을지 몰라도, 직장 안에서 회사와 더불어 더 크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프랑스의 점심시간은 1~2시간이지만 한국은 50분에 불과했다. 시몬은 “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 10분 안에 밥을 다 먹어야 해 처음엔 힘들었다”며 웃었다. 일을 처리할 때도 프랑스는 ‘신중함’, 한국은 ‘스피드’가 최우선이었다. 시몬은 “시간을 갖고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나의 프랑스 DNA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으로 일하는 코리아 DNA가 결합돼 LG와 한국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 구하기 … 자녀 교육 … 야식까지 챙겨준다

외국인 직원 채용·관리 어떻게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게 마련. 외국인 화이트 칼라 채용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란 나라와 기업에 매료돼 외국인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외국인 화이트 칼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다 보니 외국인 화이트 칼라 인재가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에서 외국인 인재들은 한국인 사원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는 효과도 주고 있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은 진작부터 외국인 경력사원을 스카우트해 왔다. 요즘엔 한발 더 나아가 몇몇 대기업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하고 있다. 삼성·LS가 그렇다. 유학을 하면서 한국 문화에도 익숙해진 외국인 인재를 뽑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인 대졸자를 채용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외국인 유학생 대상 ‘글로벌 유학생 채용박람회’에는 LG전자·SK C&C·포스코건설·대림산업 등 29개 국내 업체가 외국인 유학생을 뽑겠다고 참여했다.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대졸 신입사원 선발 과정은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언어만 영어일 뿐이다. 삼성의 경우 서류전형을 거치면 ‘GSAT’란 시험을 치르게 한다. 한국인 대졸자들이 치르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의 영문판이다. 영어로 하는 면접도 언어만 다를 뿐 내용은 엇비슷하다. 주로 조직에서 함께 일할 성품을 갖췄는지를 본다.

 면접은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임원들이 담당한다. 채용 뒤 교육과정은 한국인에 비해 짧다. 한국인 직원의 경우 두 달간의 직무교육을 받지만, 외국인들은 1~2주에 그친다. “강의실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듣는 것보다 현장에 빨리 투입해 직접 한국의 기업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다.

 외국인 직원들이 늘면서 일상생활을 돌보는 것도 회사가 해야 할 일이 됐다. LS전선은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글로벌 헬프 데스크’란 것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직원들의 집 구하기에서부터 자녀 교육 상담, 심지어 야식 안내까지 해준다. 이런 일은 ‘아시안타이거즈’란 외부 업체에 맡겼다.

 아시안타이거즈는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에 빨리 적응하도록 ‘한국 맛보기 여행’이란 서비스도 만들었다. 때론 아시안타이거즈의 직원이 외국인 화이트 칼라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 부모 대신 찾아가 상담도 한다. 집도 성향에 맞춰 찾아줘야 한다. 이 회사의 김길수 과장은 “프랑스인은 자국인들이 많이 사는 서울 서래마을을, 다른 유럽인은 발코니가 있는 빌라를, 미국인은 전망이 좋은 큰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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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