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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고동경씨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고동경(26)씨. 4.3(4.5 만점)에 이르는 높은 학점에 토익도 960점이나 되는 등 소위 ‘좋은 스펙’을 쌓았다. 그러나 상반기 10여 곳의 회사에 지원했음에도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미끄러졌다. 스펙 말고 다른 뭔가가 발목을 잡았다는 얘기다. 인크루트 서미영 인사담당 상무와 한국hp 최영미 인사담당 상무가 문제를 파헤쳤다.

글=권희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올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문 앞에 선 고동경(26)씨는 높은 학점과 영어점수를 지닌 소위 ‘고스펙자’다. 그는 “목표한 점수를 따내는 것처럼 원하는 일은 반드시 이뤄내는 집념의 소유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이제는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열정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고씨의 지원은 그야말로 백화점 식이었다. 한 회사에 인사 분야로 지원했다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다음 번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릴 때는 해외영업으로 바꾸는 식이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다른 지원자들은 인사면 인사, 재무면 재무, 한 분야를 정해놓고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경력을 쌓는 등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고씨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기소개서의 내용도 두루뭉술했다. 예를 들면 고씨는 어떤 분야, 어떤 회사에 지원하든 똑같은 뉴질랜드 어학연수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넣었다.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니 그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다. 서미영 상무는 “개인의 적극성을 나타내는 부분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인사담당자들이 직무에 적합한 인재인지 판단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뉴질랜드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지 판매전략을 짜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직접 현지 지사를 찾아다녔다고 했다면, 연수 경험은 해외영업에 적합한 인재임을 보여주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서 상무는 “취업하고 싶은 분야를 정하지 않으니 자기소개서가 추상적이고 열정도 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기소개서가 이렇다면 좋은 학점과 영어 점수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지원 분야를 정하기 위해 고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다시 말해 ‘흥미와 적성’을 찾는 것이다. 고씨는 “대학 때 광고학회에 참석하며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 행동을 예측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광고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가 없어 이 분야로 취업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최영미 상무는 이런 고씨가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마케팅이야말로 소비자의 심리 분석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 상무는 “지금은 고씨가 마케팅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라며 “업무 특성에 대해 더 알아보면 흥미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성을 확인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적성에 맞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적성을 알아보기 위해 컨설턴트들이 고씨에게 잘하는 일이 뭔지를 묻자 “복잡한 것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일을 잘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 상무는 “이런 성격이라면 재무 분야가 맞을 듯하다”며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고씨는 “배부른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회사에서 돈 관리하는 게 기계처럼 의미 없이 계산만 하는 것 같아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고씨의 대답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무 분야를 잘 알고서 싫다고 하면 그건 정말 싫은 거지만, 단순히 막연한 선입견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것이라면 재무가 정말 어떤 분야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상무는 “재무는 돈 계산 같은 숫자 놀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부서”라고 설명했다. 재무 분야에서는 어떤 제품이 매출에 기여하는지, 회사는 어떤 이윤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을 결정한다. 그 때문에 복잡한 자료를 잘 정리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서 상무는 “정리와 요약을 잘하는 적성으로 볼 때 고씨는 재무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의 다양한 경험도 재무 쪽으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서 상무의 예상이다. 고씨는 군복무 기간 중 공군 관제탑에서 근무했다. 조그만 실수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관제탑 근무는 치밀함이 생명. 여기서 일하는 병사는 이착륙 관련 자료부터 각종 비행 기록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서 상무는 “회계에서는 치밀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고씨의 관제탑 근무 경험은 입사 지원 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외에도 군에서 약 150권의 책을 읽고 감명 깊은 구절 등을 모아 400페이지에 이르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읽은 책의 대부분은 경제나 재테크 분야의 베스트셀러들이었다. 이 역시 재무 분야에서 일하기 위한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게 서 상무의 평가다. 재테크는 개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요령. 개인이 가진 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가를 찾아내는 방법론이다. 이건 회사의 재무 관리와도 일맥상통한다. 서 상무는 “이런 식의 정리를 했다는 것은 군 생활을 알차게 보냈다는 점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며 “새로 찾아낸 흥미와 적성,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자기소개서에 잘 녹이면 서류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경씨는

학력 한동대 경영학과 졸업(2011년 2월)
학점 4.3(4.5 만점)
외국어 토익 970점 토익 스피킹 7급
경력 조이피부과 기획실, 매출관리 및 구매업무(2007~2009년)
수상 경력 성적우수상(한동대 졸업성적 상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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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