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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가방은 자기 표현 … 언제나 혁신·놀라움 선물하고싶다”




쇼가 시작되기 전 무대를 점검하고 있는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 왼쪽 팔에 감긴 원색의 팔찌들은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2011 봄여름 제품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는 지난 2일 저녁 한강의 세빛둥둥섬에서 ‘범아시아 패션쇼’를 열었다. 2007년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개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패션쇼를 위해 서울을 찾은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50) 가방·액세서리 담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인 총괄)를 만났다. 그는 1925년 펜디를 설립한 고 에도아르도 펜디의 외손녀로 18살 때부터 펜디에서 일했다. 현재까지 1000여 개의 버전이 만들어지며 사랑받고 있는 ‘바게트 백’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펜디는 2001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 인수됐지만 실비아는 펜디의 DNA를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패션쇼는 물론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디자인 마이애미’ 등 다양한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무지개떡처럼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구두 역시 실비아의 작품이다.

-범아시아 패션쇼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창조적인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미래(다음 계절)의 옷을 선보인다는 컨셉트 아래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패션쇼다. 한 나라의 문화를 공부하면서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한강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의 장소이고 인공섬은 현대 기술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개념이 대조를 이루는 장소라는 게 흥미로워 서울을 상징하는 곳으로 세빛둥둥섬을 택했다.”

-‘모피 패션쇼’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모피가 주요 소재인 펜디에 모피반대운동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일엔 찬성한다. 하지만 아쉽다. 펜디는 지금까지 모피를 생산하는 데 있어 위법을 한 적이 없다. 펜디는 1980년대 패션 업계에서 최초로 인조모피를 사용했지만 인조모피를 만들고 처분할 때 자연에 유해한 요소가 더 많이 발생해 지금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 윤리와 친환경, 둘 다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패션쇼 초대장에 ‘펜디’라는 브랜드명을 붓글씨로 한글로 적었다.

“한국인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내가 직접 손으로 쓴 글씨는 아니지만 한국 지사와 로마의 본사가 수차례 의견을 주고받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88서울올림픽 이후에 한국을 알게 됐다. 이후 펜디의 주요 소비자로 한국 여성 패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쇼를 기념해 태극문양을 넣은 피카부 백을 디자인했다.”





-‘바게트’ 백(사진)을 만든 주인공이다.

“1990년대에는 여성들이 두 손을 편하게 쓰기 위해 백팩(배낭)을 들고 다녀야 했다. 난 백팩에서 벗어나 디자인은 예쁘고 손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을 만들고 싶었다. 바게트 백은 아주 단순한 모양이지만 손에 들 수도 있고 어깨에 멜 수도 있어서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요즘은 휴대전화와 지갑만 넣고 다니는 간편한 생활이 대세다.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현재까지 바게트 백이 사랑받는 건 이런 문화적 흐름을 미리 내다본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서울쇼의 주제인 ‘한강의 야경’을 표현한 의상. 코발트블루와 노란색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左). 이번 무대를 위해 초대된 일본의 톱 모델 아이 도미나가(右).

-여성에게 가방은 어떤 것일까.

“여성의 백은 자신의 표현이다. 사람들이 가방을 볼 때 밖은 물론 안도 본다. 백을 통해 여성의 많은 부분을 짐작할 수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백은 자사의 DNA를 가장 확실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다. 요즘 많은 브랜드가 백을 만들어 내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다.”

-최근 만든 피카부 백은 ‘웨이팅 리스트’(주문 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와 비싼 가격(400만~700만원) 때문에 화제다.

“바게트 백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백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방 대신 조금 더 클래식하고 럭셔리한 분위기의 백을 만들고 싶었다. 여성이라면 ‘나만의 백과 가치’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당신만의 고유한 디자인 컨셉트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나는 여성들에게 혁신과 새로움에서 나오는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다. 이것은 펜디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 펜디 고유의 장인정신은 지키되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로 혁신을 추구한다.”

-여성복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의 역할 분담은. 옷과 액세서리는 동일한 컨셉트로 소통해야 할 텐데.

“디자인 컨셉트를 비롯해 모든 부문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눈다. 예를 들어 매년 새롭게 선보이는 모피와 가죽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는 모두 칼과 나의 공동 작품이다. 칼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생각해 내는 사람이다.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한국·서울 떠올릴만한 디자인 없어 아쉬웠다”




펜디는 이번 서울쇼의 컨셉트를 가족이 함께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쇼’로 정하고 여성복·남성복·아동복을 함께 소개했다.

펜디는 2일 세빛둥둥섬에서 연 ‘범아시아 패션쇼’에서 60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올봄 밀라노에서 열린 2011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40벌과 이번 서울 쇼를 위해 새로 제작한 20벌이다.

전체적인 컨셉트는 밀라노 컬렉션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소재와 색깔이 하나의 옷과 액세서리에 사용되는 ‘듀얼리즘(양면성)’에 맞춰졌다. 새틴과 가죽, 모피·캐시미어 등 질감이 다른 소재들이 조각보를 만들 듯 하나의 옷에 함께 쓰였다. 모피 역시 하나의 제품에서 세이블(검은 담비)·여우· 밍크 털이 섞여 있는 것이 여럿 보였다. 몸체와 굽의 색깔을 달리한 원색의 구두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쇼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남성복과 아동복을 함께 무대에 올렸다는 것. 펜디가 남성복과 아동복을 만들기는 하지만 여성복과 함께 쇼 무대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펜디코리아 최지인 과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패션쇼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쇼”라며 “한국의 따뜻한 가족문화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5~6세 정도의 남녀 어린이들이 무대에 등장해 어른 모델들과 함께 의젓하게 걷자 객석에선 미소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한국의 태극문양을 주제로 디자인한 피카부 백.

서울 쇼를 위해 새로 제작된 20벌의 옷은 ‘한강의 야경’을 주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 과장은 “디자인팀과 스타일링팀이 한강을 여러 번 방문했고 강물에 비친 야경이 아름다워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며 “밀라노 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발트블루 색상의 옷이 많이 선보인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패션쇼가 개최지의 특성을 표현한다는 ‘범아시아 패션쇼’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쇼에 참석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2007년 중국 만리장성에서 열렸던 ‘범아시아 패션쇼’에선 한눈에 봐도 ‘중국을 주제로 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옷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엔 서울과 한국을 떠올릴 만한 디자인이나 문양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 한국의 태극 문양을 이용해 제작했다는 피카부 백도 준비된 옷들과 어울리지 않아 결국 무대 위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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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