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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브라질서 주목받은 한국 자본규제 ‘3종 세트’




손병두
기획재정부 G20 기획조정단장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자본유출입 세미나 참석차 브라질에 다녀왔다. 브라질에서 가장 놀란 것은 고물가였다. 택시 기본요금이 우리 돈으로 4000원, 영화 한 편 보는 데 1만8000원, 사무실 임대료도 뉴욕보다 30% 이상 비싸다고 한다. 브라질 고물가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등 높은 자산가격에 관한 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돈 때문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에서 선진국들이 쏟아부은 돈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고 앞으로도 더 들어올 거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외국 돈들이 신흥국에 영원토록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다. 과거 두 차례 외환위기를 혹독히 겪은 우리는 외국 자본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나마 아시아 위기 때는 ‘내 탓’이라 반성하고 환골탈태의 구조조정 노력을 했지만, 3년 전 글로벌 위기 때는 ‘남 탓’으로 그 고생을 했으니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신흥국들은 외국 돈은 들어올 때부터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외국자본이란 들어올 때는 서서히 들어와도 나갈 때는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돈이 빠져나가버린 다음에는 아무리 펀더멘털이 좋다고 우겨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한국은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환 건전성 부담금 등 소위 자본규제 ‘3종 세트’를 잇따라 마련했다. 브라질을 비롯한 많은 나라도 외국자본에 대해 각종 규제조치를 발동했다. 이런 움직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막고 시장왜곡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사실상의 ‘환율조작’이라고 단정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태도는 이보다는 전향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자본통제 ‘절대 불가’에서 ‘제한적 인정’으로 입장이 살짝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통화 및 재정긴축 정책을 다 써보고 환율도 충분히 낮춘 이후에 최후의 수단으로 자본통제를 사용하라는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붙인다. “긴축 및 통화절상 먼저, 자본통제는 맨 뒤”라는 식이다.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출신 학자들은 IMF의 기준에 크게 반발한다.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당장의 교란요인인데 이 조건 저 조건 따져가며 대응하라는 것은 탁상공론이라는 주장이다. 자본통제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IMF가 이를 제약하는 데 반대한다. 자본통제가 사실상의 환율조작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무척 당당하다. 환율의 과도한 절상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기 때문에 자본통제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의 이른바 ‘3종 세트’ 조치의 인기는 브라질 세미나에서도 대단했다. 많은 나라 대표들이 한국 사례를 연구대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IMF도 한국의 조치는 제반 조건들을 비교적 잘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자부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만일 외국 돈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들어온다면 지금의 조치로도 충분할까? 썰물처럼 돈이 빠져나갈 때를 대비한 안전망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 치열한 토론과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마침 G20에서는 자본이동 관리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거기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손병두 기획재정부 G20 기획조정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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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