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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자동차 강국의 초라한 모터스포츠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한국은 지난해 427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한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다. 하지만 모터 스포츠만큼은 국제사회에 명함 내밀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현대차그룹이 주최해 4, 5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이 돌연 연기됐다. 경기장인 안산스피드웨이가 준공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최 측이 대회를 강행하다 빚어진 파행이다. 안산시는 미준공 상태에서 큰 대회가 열렸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뒤늦게 대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형태의 경주는 아마추어 레이서들의 꿈의 무대로 불린다. 자동차 경주를 좋아하는 직장인들이 적금을 깨서 모은 돈으로 2000만원을 주고 아반떼(수동)를 장만한 뒤 간단한 안전장비만 장착하고 벌이는 경기다. 특히 이번 경주는 주최 측인 현대차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관여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비약적인 판매 신장을 일궈냈지만 모터 스포츠 투자는 많지 않았다.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용 서킷을 갖고 있지 않다.

 개막전은 일단 다음 달 초 태백서킷으로 잠정 연기됐다. 현재 안산스피드웨이는 안산시와 채권단, GS건설 컨소시엄의 이해관계가 얽혀 수년째 방치된 상태로 행정상 명칭은 ‘안산 사동 90블록’이다.

 지난해 전남 영암의 포뮬러1(F1) 경주도 미준공 상태에서 전남도가 강행했다. 80년 F1 역사에 미준공 서킷 경기라는 창피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곳은 아직도 미준공 상태다.

 현재 국내에 인가가 난 자동차경주장은 태백과 용인에버랜드 두 곳뿐이다. 그나마 용인은 보수 공사 중이다. 이웃 일본·중국에는 20여 개의 크고 작은 서킷에서 일반인이 자신들의 차량으로 모터 스포츠를 즐긴다.

 경기 지연으로 누구보다 안타까운 사람은 대회 참가를 손꼽아 기다려온 아마추어 레이서들이다. 이들은 스폰서를 받는 연예인과 달리 자력으로 참가비를 마련했다. 달릴 곳이 없어 경기가 개막 직전 갑자기 연기됐다는 소식에 한 참가자는 “세계적 대기업이 주관하는 경기가 하루아침에 연기됐다”며 “진정한 자동차 강국이 되려면 관련 기반시설 투자에 인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진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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