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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매 싸움에 빛 잃은 다이아몬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다이아몬드(71) 미국 MIT 교수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가 되는 꿈을 6일(현지시간) 접었다. 그는 이날 뉴욕 타임스(NYT) 칼럼에서 “(FRB 이사 인준 과정이) 당리당략 논리에 따라 심하게 휘둘리고 있다”며 “더 이상 인준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년이 넘게 이어진 백악관과 공화당의 인준 갈등이 일단 막을 내렸다.

양쪽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지난해 4월) → 공화당 재검토 요구(8월) → 오바마 재지명(9월) → 공화당의 인준 보이콧(12월) → 오바마 3차 지명(올해 1월) 순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야당이 퇴짜 놓은 인물을 대통령이 계속 이사로 지명한 일은 FRB 97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화당은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공을 문제 삼았다. 인준 반대를 주도한 리처드 셸비 의원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금융통화 정책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복지와 노동시장을 주로 연구했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성 모델로 지난해 10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공화당의 전공 문제 삼기 이면엔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FRB 이사를 지낸 프레드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공화당 내부에선 오바마 집권 이후 FRB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FRB가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경제위기 탈출을 이유로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를 주로 FRB 이사 자리에 앉혔다.

세계 2위 투자은행 JP모건의 분류에 따르면 오바마가 이사로 지명한 재닛 옐런(부의장), 대니얼 타룰로, 사라 블룸 라스킨이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벤 버냉키 의장과 엘리자베스 듀크 이사는 중도파로 분류됐다. 이처럼 비둘기파 세력이 커지고 있는 사이 FRB 유일한 매파인 케빈 워시는 올 4월 2일 사임했다. 임기 만료가 이유였다. 그 결과 FRB 세력 분포는 ‘3(비둘기) 대 2(중도) 대 0(매파)’이 됐다.

 공화당이 보기에 비둘기파 득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컸다. 오바마는 올해 안에 이사 2명을 더 지명할 수 있다. 우선 그는 매파 케빈 워시가 떠난 자리를 메워야 한다. 이어 내년 1월에 임기가 끝나는 엘리자베스 듀크의 후임자도 물색해야 한다.

 중앙은행 역사가인 존 우드 미 웨이크포레스트대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오바마처럼 첫 임기 동안 FRB를 입맛대로 구성할 수 있었던 미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FRB 장악을 막기 위해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야 했다. 마침 오바마가 금융이 아닌 노동시장 전문가인 다이아몬드 교수를 이사로 지명했다. 공화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공을 문제 삼았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스스로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공화당은 승리했다”고 존 우드 교수는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가 올해 FRB 이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사퇴로 오바마가 채울 수 있는 자리는 3석으로 늘어났다. 6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오바마는 최근 경기 둔화 조짐을 이유로 금융 전문가 가운데 비둘기파를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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