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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낙하산





수송기나 헬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을 낙하산 부대(parachute 또는 airborne troops)라 한다. 1920년대 소련이 시조(始祖)라고 하지만 실전에 처음 투입한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었다. ‘팔슈름야거’라는 부대였는데, 여기에 자극받아 미국과 영국이 따라 만들었다. 공수(空輸)부대라고도 하는데 군사정권 시절엔 공포의 대상이었다. 혹독한 훈련을 거친 터라 거칠기 짝이 없었다. 헌병도 이들을 보면 피할 정도였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 투쟁 때 전두환 장군의 명에 의해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의 만행(蠻行)은 지금도 공분(公憤)을 자아낸다.

 낙하산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기본 원리를 스케치한 것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랜 탐구대상이었다. 1783년 루이 세바스티앙 레노르망이란 프랑스 사람이 처음 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2년 뒤엔 이것을 응용한 열기구(熱氣球)가 세상에 나왔고, 1802년엔 파리 하늘 높이 떠 있는 기구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일이 벌어졌다. 비행기에서 낙하하기는 1912년 베리란 미국 장교가 처음이라고 한다. 초기엔 다 우산처럼 생겼으나 그 뒤 장방형·렌즈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발전했다.

 군인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요즘은 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스카이다이빙·패러글라이딩 등 레저스포츠용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다. 지상에서는 제동(制動)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비행기의 활주거리 단축을 위한 것은 드래그슈트(drag chute)라 한다. 급경사에서 스키를 탈 때나 경주용 차량의 보조 브레이크로도 쓰인다. 바다에 떨어진 우주선을 회수하기 위해 부력(浮力) 연장장치로도 쓰인다. 대형 선박의 제동용으로 수중에서 낙하산을 사용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요즘 이 땅에선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인다. 은퇴를 앞둔 관리들이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에 꽃보직을 받아 내려가는 걸 말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감독원이 몰매를 맞고 있지만 힘 좀 쓴다는 정부부처는 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청와대가 낙하산의 원조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권력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챙겨주는 못된 관행을 두고 하는 소리다. 덕분에 공정사회란 구호가 누더기가 돼 가고 있다. 낙하산 부대의 군기가 센 것은 한순간 방심도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경기도 광주시 특전교육단에서 훈련받던 장교가 추락해 숨졌다. 낙하산 좋아하다 정권의 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심상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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