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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부자 돈 빼앗아 나눠주는 건 정의일까







한희원
동국대 교수·법학




무상급식, 감세철회, 초과이익공유제, 전월세 상한제에 이어 반값 등록금이 복지논쟁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런 문제들은 정의의 핵심적인 주제들이다. 정의를 행복의 극대화라고 말하는 공리주의 관점에서는 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자산이 62조원인 빌 게이츠에게서 100억원을 가져와 어려운 사람 1000명에게 1000만원씩 나눠준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행복은 증가한다. 그러나 국가가 반강제로 돈을 가져가는 행위는 명분이 무엇이든 가부장적 국가의 횡포다.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 로버트 노직은 예컨대 부자들로부터 2시간 몫에 해당하는 세금을 강제로 거두는 것은 부자들에게 2시간의 강제노역을 강요하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결론내렸다.



 소득재분배와 복지논쟁에 대한 참된 해답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동체적 정의론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자유보다는 평등, 권리보다는 책임을 중시한다. 그것은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헌신·미덕 등 공동체적 가치와 관계적 삶을 강조한다. 샌델 교수도 지적했지만 불평등의 심화가 사회에 주는 진짜 위험은 빈부격차가 커지면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의식이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의 생활영역은 단절된다. 증오와 투쟁의식만 커져간다. 여기에 재분배, 그리고 복지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와 방향성이 있다.



 그러므로 재분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세금으로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영역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샌델 교수의 결론이다. 부자에게서 부를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평면적이고 일회적인 복지다. 그것은 또 다른 장벽과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반면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를 한자리에 끌어낼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은 민주시민의식의 기초인 유대감을 함양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국가인재 양성을 위한 반값 등록금은 고려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반면에 대기업에서 빼앗아 중소기업에 주는 초과이익공유제나,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준다는 무상복지는 또 다른 이분법이 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민주사회에서는 개념도 애매한 약자나 서민정책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임을 직시해야 한다.



한희원 동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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