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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이유? 내 삶을 곱씹을 수 있는 매력 때문이죠”

글로 대화하는 작가라 말수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00E9>zio·71). 그는 질문 하나 하나에 글을 쓰듯 말로 풀어나갔다. 짧은 질문에도 기승전결을 고려해서 답하고, “예를 들면”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지난달 24일 열린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그를 만났다.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라는 주제의 문학포럼을 마친 후 그는 제주도를 방문했다. 제주 명예 도민증을 받기 위해서다. 2009년 프랑스 잡지 지오(GEO)에 제주 여행기를 실어 제주의 아름다움을 지구 반대편에도 알린 고마움의 표시다.
 

서울국제문학포럼 참가한 노벨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

-당신에게 글쓰기란 어떤 것인가.
“난 내가 좋아서 글을 쓴다. 아주 이기적인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밤에 글을 쓰면 낮에 내가 산 삶을 한 번 더 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글을 쓴다. 내 삶을 곱씹을수록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독서하는 게 좋다. 책 속에 나온 인물들을 보며 더 많은 삶의 모습을 느끼고, 결국 내가 누구인가 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은 이후 삶에 변화가 있었나.
“내가 느끼기에 큰 차이점은 없다. 책을 내 줄 출판사를 찾기가 더 쉽지 않을까(웃음).”

-한국 문학에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다. 젊은 신예 작가들도 좋아하는지.
“최근 젊은 여성 작가들의 책을 몇 권 읽었다. 예를 들어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 한강도 아주 훌륭한 작가다. 그는 좀 더 유럽 스타일의 글을 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묘사하고, 또 그런 내면의 성찰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굉장히 감각적이다. 작은 힌트들을 모아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자기를 성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들이 더 많은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길 바란다.”

-한국 작가랑 공동 집필을 할 계획도 있나.
“아직은 없지만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이 창작활동을 한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한국작가랑 같이 시나리오 작업해서 제주도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 누군가 연출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제주도 여행기도 썼고 이번 제주도 방문이 네 번째다.
“제주 명예도민 제의를 받았고, 그 제안에 굉장히 감사한다. 제주도는 내가 자란 모리셔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주 아름답고, 주변 강대국에 핍박받던 역사가 있다. 크기도 비슷하고 관광을 주로 한다. 두 섬 다 여유가 많이 느껴지는 장소다. 사람들도 걱정이 좀 적어 보이고. 비판하자는 건 아니지만 한국 도시들은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이 막 정신 없이 지나가면 나 또한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가.”

-그럼 복잡한 서울은 어디가 좋던가.
“언덕이 좋다. 언덕에 올라가면 아래와는 느낌이 다르다. 나무도 있고 절도 있고, 쾌청하고 조용하고. 고양이들이 한가롭게 거니는 것도 보고. 강의가 없고 글을 쓰지 않을 때면, 무작정 서울을 돌아다녔다. 목적지 없이 버스를 타고 모르는 정류장에서 내려보고. 남산 자락을 따라서도 많이 걸었다.”

-이번 가을 발간되는 단편집에 한국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들었다.
“단편집에 수록될 소설 몇 개는 서울에 있을 때 쓴 것이다. 서울의 어디라고 딱 집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 배경에서 충분히 그곳이 서울임을 암시하는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거리 풍경, 식당, 지하철 풍경 등 서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넣었다. 등장인물의 이름에서도 배경이 서울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한국에서 지내면서 상상했던 것들을 포함시켰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어깨 너머로 들으며,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가 봐며 대화를 상상한 것. 또 내가 길가를 걸으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사람들, 하루 생활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들, 그럴 때 느꼈던 감정이나 작은 사건들을 중간중간 집어넣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문학도 세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학만이 국경을 넘어서 세계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분명 어떤 제한은 있다. 문학 작품은 보통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 한 가지로만 쓰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요소나 생각을 이야기하는 한, 언어를 넘어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이해와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가치를 탐구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보편성을 추구한다지만, 결국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한다. 보편성과 상충되는 가치가 같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작가의 경험이 작품에 반영된다. 하지만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각의 사건들을 읽고서 다른 나라의 독자들이 어느 순간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 느낌 자체가 보편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살아온 배경을 알 필요가 없다. 셰익스피어를 보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기억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들은 많이 읽히지 않는가. 그의 작품에서 보편성을 찾아내 다른 예술 장르에 접목해서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작가들은 보편성 추구와 동시에 자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을 소설 속에서도 한다.
“당연히 작가들은 자기들이 잘 알고 있는 시대적·공간적 배경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다 작가의 성향과 작품의 특징이 되는 것이다. 지역적인 내용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책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작가에게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그 자체가 글쓰기의 핵심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SNS 덕분에 세계가 더 자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시위는 SNS 때문에 더 파장이 크지 않았나. 이런 소통 때문에 사람들이 세상의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인지하고, 그런 불의를 참지 않는다. 독재나 인권 유린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감시자(watchdog)가 되고, SNS와 인터넷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말이라는 수단으로 세계가 더 많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흐름이다.”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프랑스 소설가. 23살에 쓴 첫 번째 소설'조서(Le Procs-Verbal)'로 1963년 르노도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서구 현대문명의 인위성에 대한 비판, 생태학적 관심, 북미 원주민에 관한 내용 등을 작품에 담았다.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꼽힌다.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주요 작품으로는 '열병'(1965),'홍수'(1970),'전쟁'(1970), ‘저편으로의 여행'(1975), '지상의 마지막 인간'(1978),'황금 물고기'(1997),'우라니아'(2006) 등이 있다.
2007~2008년 이화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두 학기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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